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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호 "야산에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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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호 "야산에 숨어있었다"

입력
200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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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법정탈주사건의 주범 정필호(鄭弼鎬·37)가 탈주 12일만인 7일 서울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이날 정의 검거과정에서 영화장면을 방불케하는 완벽한 대처능력을 과시, 그동안 허술한 검문검색 등으로 비롯된 불신을 말끔하게 씻었다.◆추적·검거

정의 애인 전모(40·서울 은평구 불광동)씨 집주변에 잠복해온 경찰은 이날 오전 6시35분과 7시 정이 전씨에게 걸어온 두통의 전화를 포착했다. 경찰은 곧바로 발신지추적에 나서 정이 전화를 건 곳이 갈현동 연신내농협과 불광1동 삼익아파트앞 공중전화부스인 사실을 확인, 산하 파출소에 비상출동령을 내렸다.

불광1파출소 주 인(朱 忍·28)순경은 오전 7시15분께 의경 3명과 함께 자신의 승용차로 골목들을 뒤지다 삼익아파트 앞길에서 검정색 파카차림에 모자와 검은 뿔테안경을 쓴 남자를 발견했다. 순간 정임을 직감한 주순경이 쫓기 시작하자 정은 그대로 달아났다.

300여㎙가량 도주하던 정이 서행하던 김모(25·여)씨의 서울41마9983 라노스승용차를 가로막고 김씨를 내리게 한 뒤 주순경 쪽으로 차를 몰고 달려오자 주순경은 침착하게 차량의 오른쪽 앞바퀴를 조준, 실탄을 발사했고, 다시 지나쳐가는 차량의 뒷트렁크에다 1발을 더 발사했다. 차량은 타이어가 펑크난 채 불광동사거리 방향으로 300여㎙가량 달아나다 유모(45)씨가 몰던 택시와 충돌한 뒤 공사장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춰섰다.

정은 다시 서있던 이모(53)씨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옮겨타고 100㎙여쯤 달아난 뒤 지하철 불광역 출구 부근에서 김모(61)씨의 개인택시를 잡아탔다. 곧바로 뒤쫓아 온 주순경은 정이 칼을 휘두르며 맞서자 정의 대퇴부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총알이 빗나가자 다급해진 주순경은 38구경 권총 손잡이로 정의 머리와 얼굴을 내리쳤고, 정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저항을 멈췄다. 이 순간 지켜보던 출군길 시민들이 합세, 택시에서 정을 끌어냈다.

◆탈주후 행적과 수사

지난달 24일 탈주한 정은 이튿날 함께 있던 공범 노수관(魯洙官·38)이 서울 평화시장에서 검거될때 다시 도망친 뒤 줄곧 은평구 일대 야산에 은신하며 생라면과 빵, 계곡물 등으로 연명해왔다.

정은 “평화시장에서 달아난 뒤 홍제동 유진상가에서 외투를 사고 신촌을 거쳐 산으로 들어갔다”며 “밤이면 정부미 포대를 덮고 잤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이 도피과정에서 절도행각을 벌이거나 ‘제3의 인물’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추궁키로 했다.

정은 또 알려진 것과 달리 “노수관과 장현범(張鉉範·32)이 먼저 탈주를 제의했다”며 “이들의 협박으로 감방 쇠격자를 뜯어 흉기 4자루를 만든 뒤 탈주 전날 교도소 버스대기실 창살에 물묻은 휴지를 발라 흉기를 붙여두고 검신대를 맨몸으로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정은 이날 검거과정에서 오른쪽 이마와 눈밑이 찢어지고 오른쪽 발가락이 골절되는 상처를 입었다. 정은 인근 청구성심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이날 오후 사건발생지인 광주 동부경찰서로 이송돼 철야조사를 받았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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