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영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프랑스 경제·재무부는 6일 공식적인 행정 사무에 경제와 관련해 자주 사용되는 영어 표현을 금지시켰다고 발표했다.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난 프랑스에서 영어 알레르기 현상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전 세계 공통어가 된 컴퓨터조차 ‘오디나퇴르(ordinateur)’라고 불어식으로 표기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이처럼 정부가 영어추방 운동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최근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터넷을 통한 영어확산 현상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
현재 프랑스 국민들 중 450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2002년에는 인터넷 인구가 2,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프랑스 경제·재무부는 지난 해 7개의 위원회를 구성, 영어로 된 컴퓨터 용어를 프랑스어로 대치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위원회가 제시한 영어의 ‘프랑스식 표준어’에 의하면 신생 유망업체를 뜻하는 스타트 업(start-up)은 젠느 푸스(jeune pousse)다. 또 이메일(e-mail)은 쿠리에 엘렉트로니크(courrier electronique)라고 불러야 한다.
경제 재무부 전문용어위원회 장 생-제우르 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영어로 된 컴퓨터 용어의 프랑스어 대체 배경을 설명하며“국가가 국민들이 사용하는 말을 일일이 고쳐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전 국민이 통일된 프랑스어를 써야 한다는 사실은 중요한 것”이라고 작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언론들도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는 자크 시라크대통령이 공공장소에서 영어로 된 컴퓨터 용어나 금융용어를 너무 자주 사용한다고 지적하는 등 ‘영어견제’와 프랑스어 지키기 운동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 주 신생 인터넷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 파리시내 벤처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부 기업을 ‘스타트-업, 기업인들을 ‘스타트-업피스트’라고 지칭했었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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