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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성] (1) '성의 정년'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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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성] (1) '성의 정년'이 사라졌다

입력
200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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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수준의 향상과 의학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고령 인구의 증가를 불러온다.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노인이 전인구의 6%(1995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고 조만간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렇게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의학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노화 방지나 노인병 치료 등 노인의학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런 시대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뉴 밀레니엄의 화두 중 하나가 성(性)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조만간 노인의학과 성의학이 접목되면서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제2의 성혁명’이 올 것으로 보인다.나이가 들면 생리적으로 성욕이 감소하고 성 기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엔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을, 여성은 폐경(閉經)을 성적 자아를 상실하는 시점으로 당연히 받아 들였다. 나이가 많은 분이 성에 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거나 정력을 과시하면 ‘주책’이라고 힐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짐짓 점잖을 빼는 시늉에 불과할 뿐 본심은 아니다. 65세 이상 남자의 70%, 여성의 50% 정도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위행위를 즐기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대부분의 노인은 이성에 대해 성적 욕구를 느끼며 성적인 상상을 한다고 한다. 기회만 되면 새로운 이성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대답한 경우도 절반이 넘는다. 젊은 사람들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단지 노인이라는 신체·생리적 핸디캡이 성적 욕구를 현실적으로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욕구 자체를 부정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발기부전이나 폐경이 더 이상 성생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비아그라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발기부전 치료법들은 구십노인도 성교가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적절한 호르몬 치료는 성욕감소나 성교통 등 폐경 여성의 증상들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과거와 같은 ‘성의 정년’은 이제 없어졌다.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남성으로서, 혹은 여성으로서 성의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인식을 가진 노인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하태준·선릉탑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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