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왕따 현장’이 카메라에 생생히 포착됐다. 한국심리학회와 KBS ‘일요스페셜’ 제작진은 학교폭력과 왕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학교 학생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서울 모중학교 2학년 한 교실에 폐쇄회로 TV를 설치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학생의 왕따 실태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실태는 이렇다. 30여명의 학급에서 주로 7-8명이 K군을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신체적인 괴롭힘 뿐만 아니라 놀이에 끼워주지 않고, 심부름을 시키고, 물건을 빼앗아가고, 욕설을 퍼부었다. 내성적인 성격인 K군은 반항하지도 못한 채 교실 내에서 꼼짝 않다가 쉬는 시간이면 이들을 피해 밖으로 나가버리곤 했다. ‘표정이 마음에 안든다’ ‘고자질을 한다’ 등이 K군을 괴롭히는 이유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K군의 유일한 친구 J군이다. 한때 왕따였던 J군은 방과 후 K군과 어울리지만 다른 친구들이 보는 교실 내에선 다른 애들보다 더 심하게 K군을 괴롭혔다. 자신이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K군을 대리왕따시킨 것이다.
연구진은 “K군이 내성적이어서 골려주기 만만하기 때문에 왕따가 됐지만 학생들이 스트레스 해소 대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왕따가 구조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5명은 ‘나와 상관없다’고 답했고 3명은 ‘맞는 이유가 있다’, 5명은 ‘도와주고 싶지만 그러면 나도 왕따당한다’고 답했다.
12일(일) 오후 8시 KBS1 ‘일요스페셜-교실이야기’에서 방송된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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