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엄 코언(사진) 미국 국방장관이 다음주 베트남에 간다.이번 방문은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25년만에 이뤄지는 일로, 양국간 군사적 앙금을 완전히 청산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국은 1995년 8월 외교관계를 정상화했으나 군사 교류는 미군 실종자 반환 논의에 국한됐다.
미 국방부는 국방장관의 방문 목적을 “양국간 통상적, 정기적 군사 교류관계의 기본틀을 확고히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지뢰해체교육 프로그램, 의료분야 원조, 해상수색구조 협력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코언은 특히 베트남 전쟁 중 미군이 살포한 고엽제 문제에 관해서도 베트남 정부측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금껏 베트남에 미군 유해 반환을 관계정상화의 조건으로 요구하면서도, 베트남 정부의 고엽제 피해 보상은 애써 무시해왔다. 이에 따라 코언의 방문이 한국 참전군도 관련된 베트남 고엽제 문제 해결에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코언의 방문 시기도 주목된다. 베트남 정부는 종전 25주년을 맞아 일련의 승전 행사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과거 민족해방전쟁에서 미국을 물리친 유일한 나라다. 미국은 전쟁중 5만8,153명의 사망자를 냈다.
코언이 사실상 패전국 국방 책임자로서 자존심을 구기며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은 최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점증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목적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트남과 중국은 최근 국경문제에 합의를 보는 등 전략적 동조 움직임을 보여왔다.
코언은 방문 기간 중 베트남 전쟁 중 실종된 미군의 유해 발굴현장을 방문하는 등 종전 처리문제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미 군사소식통은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금껏 유해인도에 적극적이었으나 미군 실종자 2,000여명의 유해는 아직 반환되지 않았다. 한편 코언은 베트남 방문 외에도 8일부터 18일까지 계속될 아시아 순방기간에 홍콩 일본 한국 등도 방문할 계획이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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