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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득한 노하우 두고 쉬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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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득한 노하우 두고 쉬다니요

입력
200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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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실버세대 페이지를 매주 싣습니다. 고령화시대 원년을 맞아 새로 선보이는 이 면에는 노년을 황혼기가 아니라 제2황금기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지금의 실버세대 뿐만 아니라 노후를 앞둔 중·장년층에게도 필요한 삶의 좌표를 모색해볼 것입니다. 고령자를 위한 대책과 관심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도 불구,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자리를 찾아 활기차고 보람잇는 새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실버인생’을 소개합니다.백옥분(65·여·서울 은평구 불광2동)씨는 서울 연희동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4년째 고령자들의 수발을 도맡아하고 있다. 일의 특성상 오래 버티는 직원들이 많지 않지만 백씨는 항상 웃음을 잃지않아 칭찬이 자자하다. 백씨는 마흔한살에 남편을 여의고 식당을 운영하며 2남2녀를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시켰고, 이제는 딸이 사는 미국 LA에 정기적으로 다녀올 정도로 여유있는 편. 하지만 자식들의 출가 후 몇 해 쉬다보니 좀이 쑤셔 견딜수 없었고, 우연히 신문 기사에서 접한 노인주간보호센터를 무작정 찾아 자신의 경력을 설명하고 일자리를 얻었다.

그는 “제발 집에서 편히 쉬라며 자식들이 성화지만 젊은 시절 식당일을 하며 손님을 접대하고 음식 만들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활용하는 게 너무 즐겁다”면서 “일을 하다보니 적당한 긴장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성취감, 자신감, 자아 존중감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여러 조사에서 고령자들이 가장 소망하는 것으로 일자리가 언제나 1순위로 꼽힌다. 이는 역설적으로 고령자의 일자리 찾기가 그만큼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는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의 원년이 되는 해다. 한 사회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로 부르며 우리나라는 지난해 6.8%에서 올해 상반기에 7%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매우 미흡한 실정. 일을 원하는 고령자와 이들을 필요로 하는 단체를 연결해주는 충분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새 인생을 설계하는 이들이 있다. 과거의 오래된 의식을 버리고 학력이나 이전 직장의 보수를 떠나 적극적으로 일거리를 찾아 자기 경험과 삶의 지혜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거리를 아름답게 회’(회장 김영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수(67·서울 서대문구 홍은3동)씨는 대학(경기대) 행정 간부로 정년퇴직한 인텔리이다. 그는 3년전 ‘행정직의 경험을 살려 평소 눈여겨보았던 사회의 작은 모순들을 해결하겠다’고 결심, 이 단체의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그는 길거리에서 부딪치는 잘못된 일들을 보면 즉시 해당 기관장에게 시정을 촉구하는 편지를 ‘무차별적으로’ 보낸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이순신장군 동상이 비둘기 분비물 등의 오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보고 구청장, 서울시장, 환경부장관 등에게 수십통의 편지를 보내 시정하게 한 것이 그의 공로이다.

그는 “100통을 보내면 회신 건수는 5∼6통에 불과하지만 나의 작은 노력으로 사회가 조금씩 나아진다고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면서 “수입은 없지만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 건강도 더 좋아졌다”며 활짝 웃는다.

강병국(70·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씨는 젊은 시절 무역업에 종사해 재산을 모았고 부인이 현직 초등학교 교장이어서 경제적으로는 굳이 취업할 이유가 없는 형편이다. 평소 자신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해야겠다고 생각해온 그는 1996년부터 한국노인의전화(회장 이성무)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고령자를 위한 복지와 취업 상담을 해주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대했던 경험을 살리다보니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라는 그는 “사정이 안타까운 사람들이 많아 강연회 출연과 외부 기고 등으로 생기는 수입이 오히려 모자란다”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강씨는 “상담을 하다보면 지나치게 체면을 차리는 중시하는 분들이 많아 아쉽다”면서 “고령자들은 그동안 사회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온 만큼 이제는 체면이나 보수보다 사회에 봉사한다는 자세로 인생을 새로 가꿀 때 보람이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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