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갤러리라는 비현실 공간이 작가들의 작품 전시 공간으로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불과 한두달 전만 해도 사이버갤러리의 전시회는 전시회 자체로 인정받지 못한 채 한낱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공간으로 치부돼왔던 게 사실.그러나 최근 문화 포털 사이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3월 초 현재 사이버갤러리도 100군데 이상 생겨나 미술계의 새로운 흐름을 예감케한다. 서울대미대 이종상교수의 일랑미술관(illang.lastone.co.kr)을 비롯, 이정훈의 사이버 영상수족관(My.netian.com/-jjj007), 미술을 연구하는 모임 ‘불특정다수’의 ‘중국 로봇’(welcome.to/chinarobot), ‘부엌칼 저질예술학원’(buakal.net), ‘권여현’(galaxy.channeli.net/arthyun)등 사이버 갤러리에는 유명작가 뿐 아니라 생소한 작가나 그룹의 낯선 이름들로 넘쳐나고 있다. 가나아트가 지난해 기획했던 국제디지털 아트페스티벌에서 우승했던 설은아씨는 대학생 신분에서 겨우 한달새 사이버미술의 스타작가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명작가들은 인사동이나 청담동 화랑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봉쇄된 현실에서, 또 유명 작가들은 그들대로 자신의 이름값에 상관없이 새로운 관객(유저)를 확보하기 위해 사이버갤러리라는 공간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웹 상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www.affice.com)을 열고 있는 고영훈씨는 “미술계 사람보다는 오히려 비전공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면서 “제도권 전시장의 경우 작가가 벽에 못 하나 박는 것에도 거부 반응을 보이며 전시장 크기에 작품을 맞추라고 요구하지만 사이버갤러리는 현실갤러리의 딱딱함을 벗어나 작가의 전시 의도를 100% 살려준다는 점에서 진취적 작가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갤러리가 이처럼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20만~30만원에서 비싸야 수천만에 이르는 초기비용(갤러리 설치)만 투자하고 나면 갤러리 운영에 그리 큰 비용은 들지 않는다는 점. 작가 역시 전시 비용에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기존의 미술고객 외에 컴퓨터를 즐기는 수많은 유저들을 새 고객으로 맞을 수 있다는 점도 사이버 갤러리의 매력 중 하나이다. 관계자들은 150만명 정도는 사이버갤러리의 관객으로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작품감상의 가장 큰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질감을 하나도 느끼지 못하면서 사이버갤러리가 과연 현실갤러리의 대안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 여부는 아직 미지수인 상태. 또 사이버갤러리들의 전시 작품이 판매로까지 이어질지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승환 가나아트 닷 컴 팀장은 “우후죽순처럼 뻗어나가고 있는 사이버갤러리들이 성공할지 여부는 올 연말이면 판가름 날 것”이라면서 “사이버갤러리가 새로운 미술시장이 되기 위해선 작품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감상할 수 있도록 갤러리 환경도 날로 향상돼야 하며, 새로운 작품들로 계속 업데이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된 작품들이 실물처럼 움직이며 소리까지 내는 3차원 동영상의 사이버 환경은 실제와 가상의 질적 느낌 차를 줄이는 것은 물론 ‘웹아트’가 현실세계에서는 능가하는 다양함을 지닌 새로운 미술임을 확실히 깨닫게 해주고 있다.
◇사이버 갤러리
인업사이버갤러리(www.inupmate.com/index.htm)
오픈아트(www.openart.co.kr)
나루예술관(www.artmbc.com/)
갤러리R(www.painting.co.kr)
E갤러리(www.egallery.co.kr)
설은아(www.seoleuna.com)
김인규(soback.kornet.net/~ingyukim)
늦바람(my.netian.com/~fox27/index2.html)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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