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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해부한다] (1) 스타는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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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해부한다] (1) 스타는 권력이다

입력
200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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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해부한다] 스타는 권력이다나는 대중문화를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5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MBC D스튜디오 ‘음악캠프’ 생방송 현장. 가수 조성모가 앨범 제작을 위해 잠시 활동을 중단하기 위해 고별 공연을 시작하자 수십명의 어린 여학생들이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린다. 감정이 복받쳐 엉엉 우는 아이들도 있다.

대중문화가 폭발하고 있다. 대중문화는 심지어 사람들의 존재의식을 규정하는 동시에 생활 자체가 되어버렸다. 순수문화와 대중문화, 고급과 저급의 이분법은 의미를 잃어간다. 대중문화의 정점에는 스타가 존재한다. 스타를 핵으로 모든 대중문화가 우산살처럼, 동심원처럼 퍼져나간다.

스타는 이제 21세기의 종교다. 청소년들의 ‘스타교’ 교주이자 소비를 창출하는 거대기업이다. 부동의 권력이다. 스타들은 대중의 욕구를 이미지로 체현하고 독점한다. 또 캐릭터를 통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가치를 높이면서 경제와 정치 사회 모든 영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지배해 가고 있다.

스타, 그들의 권력

인기가수 조성모가 데뷔해서 활동한 기간은 불과 1년 6개월. 1집 앨범 ‘투 헤븐’ 147만장, 2집 앨범 ‘슬픈 영혼식’ 250만장, 최근 발표한 ‘가시나무’등 앨범 매출액 547억원을 포함해 외형적 매출액만 620억여원. 중소기업 수준이 아니다.

그룹 H.O.T 그룹명을 내건 음료수와 화장품은 나오기가 무섭게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의류업체는 스타들의 방송출연에 상표 하나 달아주는 조건으로 1,000만-5,000만원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방송사, 광고회사, 영화사는 스타의, 스타에 의한, 스타를 위한 것이다. KBS가 지난해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연기자 최수종은 1998년 8월 1일부터 1999년 7월 31일까지 1년 동안 KBS에 225회 출연했다. MBC와 SBS 출연까지 합치면 매일 시청자는 브라운관에서 최수종을 만났다.

가수 유승준은 최근 한 달 동안 30여 차례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었다. 미국 월 스트리트저널은 최진실의 광고 모델료가 할리우드의 톱배우 멕 라이언보다 비싸다고 꼬집은 적이 있다. KBS최상식 국장의 설명. “스타는 대중이 만든다.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를 기용하는 것은 시청률을 담보하는 첫번째 보증수표다.”

삶의 양식과 대중 의식을 규정하는 스타

대중은 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팬덤(Fandom·팬의 의식과 양태)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이다.

김희선표 헤어밴드, 황신혜표 성형수술, 배두나표 헤어스타일. 거리에서 보는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의 존재양식이다. 5일 서울 명동거리. 영화 ‘노랑머리’에서 배우 이재은이 한 노랑 염색을 한 10대 소녀들이 무리를 지어 지나간다. 탤런트 배두나가 즐겨 입는, 청바지에 겹쳐있는 레이어드 룩 패션을 한 10-20대 여학생들이 눈에 띈다. 016 휴대폰의 이정현 광고 멘트 “잘 자! 내꿈꿔”는 사오정 버전, 오지명 버전 등 100여가지 버전으로 청소년과 PC통신에서 최대 유행 상품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스타 정보를 선점하는 것만으로 도 교실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스타의 권력의 원천은?

비탄력적인 스타 공급과 엄청나게 높은 한계 효용가치. 매체의 증가, 인터넷 등 새로운 환경변화 등으로 스타의 수요는 폭발적이지만 스타는 제조공장에서 상품 찍어내듯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장에서, 방송에서 희소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동국대 신방과 원용진 교수의 지적. “대량 생산·소비사회가 형성되면서 스타는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권력이 됐다. 스타는 시대 이미지의 총아이자 사람들의 잠재적 욕망의 구체적 실현태이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 자체가 곧 바로 일반인의 몸짓이 되기 때문에 강력한 권력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스타 비판

이미지와 기획사들의 고도의 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스타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사 연기조차 되지 않고 음정조차 맞추지 못하는 스타 연기자와 가수가 부지기수다. 실력이 아닌 이미지의 판매는 노래를 뮤직 비디오의 배경음악쯤으로 본말을 전도시켰다. 스캔들은 스타의 전유물이 되어버렸고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은 대중매체를 교묘히 이용하며 대중에게 구애하는 방법을 안다. 대중은 알고도 속는지 모른다. 아니 속아주는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스타들은 끊임없이 배금주의와 한탕주의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존재다.

스타의 신분은 공인(公人)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은 그들을 공인으로 보려 한다. 이는 스타가 더이상 우리 사회의 사적(私的)인 영역에 머물지 않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들은 점점 더 거대한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스타를 해부한다] 조성모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미 하버드대 노동경영연구원은 1999년 1월에 보고서 하나를 발표했다. 스포츠 스타 마이클 조던의 유형·무형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마이클 조던의 경제적 가치를 2조 달러로 환산했다.

그럼 최고의 인기 가수로 대접받는 조성모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조성모가 1998년 9월에 데뷔해 활동한 18개월 동안 올린 매출액은 620억원.그가 벌어들인 순수입만도 200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인 매출액 내역을 보자. 음반 판매액 547억원, 삼보 컴퓨터광고 모델료 3억원을 비롯한 모델료 15억원,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한 순회공연 수입 45억원, 초상권과 캐릭터 사용료 5억원, 회당 1,500만-2000만원하는 행사 출연료가 수억원.

하지만 이는 조성모의 외형적인 매출액에 불과하다. 조성모가 창출하는 무형의 경제적 가치는 더 엄청나다. 조성모 패션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 그의 방송 출연은 수십억원을 보장하는 시청률을 올려 준다.

청소년들에게 주는 교육적·사회적 효과 역시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는 가치다. 좌절과 절망 속의 청소년들이 내일의 조성모를 꿈꾸며 희망을 꺾지 않는 교육적 효과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편으론 조성모로 인해 발생되는 부정적인 현상에 대한 사회적 비용도 대단하다.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조성모에 열광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시간 역시 환산하기 힘들다.

문화평론가 마정미씨의 지적. “조성모의 무형의 효과는 천문학적 액수에 달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청소년들의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마이클 잭슨, 디 카프리오, 마이클 조던 등 연예인·스포츠 스타를 활용하는 것은 이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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