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지럽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매우 혼란스럽다. 총선인지, 대통령선거 전초전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다. 표가 된다 싶으면 사회를 받치는 주춧돌까지 빼가기를 마다않는 세상이다. 여와 야의 구분도 없고, 마구잡이식 차출 뒤에 남는 건 권위의 참담한 상실 뿐이다. 원로를 키울 수도, 지킬 수도 없는 세상이라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는 어디서 교훈을 얻어야 하며, 또 우상을 잃은 대중의 허탈함은 어디서 메워야 할까.■장태완 재향군인회장이 7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94년 4월 정기총회에서 선출된후 연임했으니 600만 향군수장으로서는 사실상 천수를 다한 셈이다. 정치권의 영입제의에 한사코 손을 내저었던 그도 집권당의 삼고초려 앞에 초지를 꺾은 모양이다. 이변이 없는한 우리는 16대 국회에서 「초선의원 장태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듯 싶다. 그의 변신을 탓해야 할지, 아니면 집권당의 단견을 꾸짖어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 하지만 국가적 원로가 아쉬운 판에 그의 변신은 많은 사람들을 착잡하게 한다.
■경복궁 반란군에 맞서 『원대복귀하지 않으면 전부 쏘아 죽이겠다』고 호령했던, 씩씩한 우리시대 참 군인 한사람을 잃는 아쉬움은 크다. 권력을 찬탈했던 정치군인들이 아직도 전비(前非)를 뉘우치기는 커녕 자기합리화에 급급한 상황에서 그의 변신은 우리에게서 무엇인가 소중한 가치를 빼앗아가는 느낌을 준다. 그의 제2의 인생행로에 딴죽을 걸거나 시비할 생각은 없다. 다만 사회의 원로로 남겨둬야 할 사람까지 정치판으로 징발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를 영입한 여당은 600만 향군표를 의식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영입으로 향군표가 여당의 표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정치판으로 떠난 그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허전하다. 『600만 재향군인의 권익과 복지향상을 위해…』라는 궁색한 출사표는 「참군인 장태완」과의 고별이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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