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일본 극우세력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서 일본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는 5일 개막된 9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3차회의 모두의 ‘정부공작(활동)보고’에서 대일 관계에 언급, “극소수의 일본 극우세력이 중일 관계를 방해, 파괴하고 있는 데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일본 극우세력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최근의 전인대 보고에서 대일 관계 언급은 ‘항일 승전 50주년’이던 1995년 “침략전쟁이 초래한 재앙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듬해인 1997년 “중일관계가 저해됐다”고 언급한 정도였다.
더욱이 지난해 보고에서는 1998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방일이 “성공리에 끝났다”며 “평화와 발전을 겨냥한 우호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중국의 이러한 불쾌감은 1월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20세기 최대의 거짓말 난징(南京)대학살의 철저 검증’이라는 우익단체의 집회가 도화선이 됐다.
집회 직후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장은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우리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오사카 당국이 집회를 용인했다”고 강한 불만을 표한 바 있어 이번 보고도 그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중국의 이같은 태도가 민간단체의 역사인식 집회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새삼스러운 ‘일본우익때리기’가 티베트·대만 독립, 파룬궁(法輪功) 문제 등 국내적 현안에 대한 우회적 공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고, 고민도 그만큼 깊어진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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