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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反벤처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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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反벤처정서

입력
2000.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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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모험과 도전 정신에 충만한 벤처 기업가들의 성공담이 더 이상 신화로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씁쓸한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갑자기 큰 돈을 쥐게 된 일부 벤처 기업가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그것이다.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 사치와 과소비, 투기 등은 지난 시대 부동산 졸부들의 행태 이상이고, 문어발식 확장이나 내부거래 등 과거 대기업과 같은 변칙적 경영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이헌재 재경부장관은 얼마전 일부 벤처기업들이 전문 사업분야 이외까지 사업확장을 시도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과거에 대기업이 차입에 의존해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여왔던 잘못이 재현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시세차익에만 관심을 두는 ‘히트 앤드 런(Hit & Run)’의 그릇된 풍조도 생겨나고 있는데, 그 경우 불가피하게 외부로부터의 규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부 규제는 상상력·창의성이 요구되는 벤처기업에 치명적이다.

■국세청은 코스닥 등록을 축재수단으로 이용하거나 과소비 등으로 물의를 빚는 부실 벤처기업주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실시 등 사후관리를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벤처기업을 창업한 뒤 첨단기술개발 등 창업목적에는 관심이 없고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변칙유용하거나 무단 휴·폐업 등 경영이 극히 부실한 경우가 그 대상이라는 것이다. 국세청은 문제가 생긴 이후에 칼을 꺼내는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무늬만 벤처’인 기업이 많다는 증거다.

■벤처기업은 이제 겨우 싹이 돋기 시작한 상태다. 그런데 뿌리를 채 내리기도 전에 시들어버릴까 걱정이다. 벤처기업인들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반(反) 벤처정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벤처기업협회 고문인 이민화 메디슨회장은 이에 대해 “사촌이 논을 사서 배가 아픈 사람들의 정서”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는데, 단순히 그 차원은 아닌 것 같다. 향기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 독버섯과 잡초는 빨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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