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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종문제 아직도 뜨거운 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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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종문제 아직도 뜨거운 현안

입력
2000.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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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5일 앨라배마주 주도 몽고메리에서 서쪽으로 50마일 떨어진 셀마시로 날아 갔다. 1965년 흑인참정권을 요구하는 흑인 600여명을 경찰이 무참히 진압한 이른바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35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길이었다.클린턴대통령은 이날 기념연설에서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것은 당시의 거룩한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그들은 결코 헛되이 죽지 않았음을 우리는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설을 마친 클린턴은 고(故)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여사, 흑인인권지도자 재시 잭슨 목사등과 어깨동무한 채 당시 유혈참사가 빚어졌던 에드먼드 페투스다리를 건넜다.

올 대선을 앞두고 소수민족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는 앨 고어 부통령을 의식한 듯 클린턴은 시종 비장한 표정으로 ‘인종차별 반대’를 주장하는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상징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앨라배마주 현지의 사정은 1960년대 상황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날 행사가 열리기 불과 하루전인 4일 몽고메리에서는 대부분이 백인인 남부연방 분리주의자 2,500명이 남부연방기를 앞세우고 시위를 벌였다.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회색군복을 갖춰입은 참석자들은 남군찬가를 부르며 주청사앞을 3시간여나 점거했다가 ‘남부문화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후 해산했다.

뿐만아니라 ‘피의 일요일’ 사건이 나던 당시 흑인참정권 반대에 앞정섰던 조 스미더맨 셀마 시장은 8번을 연임하며 아직도 시장직을 맡고 있다.

한때 백인들만 다니던 공립고등학교에는 99%의 흑인학생이 재학중이지만 대신 백인학생들은 시설이 훨씬 좋은 별도의 사립고등학교로 옮겨갔다. 당시와 달라진 점은 흑인들도 투표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뿐이다.

주말에 잇달아 열린 2가지 집회는 미국에서 인종문제가 아직도 뜨거운 현안임을 여실히 보여준 이벤트였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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