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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과학] 사람도 겨울잠 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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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과학] 사람도 겨울잠 잘 수 있다?

입력
2000.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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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24절기 중 하나인 경칩(驚蟄)이 지났다. 경칩은 우수와 춘분 사이,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해당될 때다. 즉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에서 경칩때 태양 위치와 춘분때 태양위치가 345도 벌어져 있다는 뜻이다. 음력으로는 2월중에 양력으로는 3월5일쯤이 된다.경칩은 글자 그대로 땅 속에 들어가서 동면(겨울잠)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때다. 동면(Hibernation)은 동물이 비활동상태로 겨울을 나는 것인데 동물의 체온에 따라 개구리형 박쥐형 곰형으로 나뉜다. 개구리형은 환경온도의 하강으로 동물의 체온도 활동가능온도 이하로 내려갈 때 동면이 시작되는 것. 뱀 도마뱀 거북 개구리 곤충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박쥐형은 항온성이지만 동면할 때는 체온이 내려가는 종류로 최저체온까지 낮아지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동면 박쥐는 영하에서 체온을 0.5도 정도로 유지하다가 영하 7도 이하에서는 오히려 상승한다. 곰형은 동면중에도 체온이 내려가지 않고 계속 잠을 잘 뿐이다. 따라서 동면중이라도 외부자극에 의해 즉시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곰 너구리 등이 있다.

동물이 동면을 하는 것은 먹이 부족이나 추위와 같은 외적 요인, 체온조절 기능이 불완전하거나 체온조절중추가 미분화한 것 등 내적 요인 때문이다.

인간도 같은 조건이라면 동면을 할 수 있을까? 1951년 프랑스의 라보리와 위그나르는 자율신경차단제 혼합액을 투여해 내분비, 자율신경반사의 과잉방어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면시키는 ‘동면요법(Artificial hibernation)’을 창안, 현대 마취학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는 체표면을 냉각시켜 체온을 내리고 대사를 감소시키는 처치로 동물의 동면과 매우 유사한 상태다.

이제 봄이 되어 동물들이 활동하기에 적당한 환경온도가 됐다. 전세계의 보이지 않는 땅 속, 동굴 속에서 긴 동면을 마친 동물들이 꿈틀대며 새천년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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