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광인------------사이먼 윈체스터 지음공정희 엮음. 세종서적 발행-------------
영어 문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일컬어지는 ‘옥스포드 영어사전’ 편찬 작업의 가장 큰 공헌자중 한 명이 미친 살인범이었다?
1857년 시작되어 1928년 완성되기까지 70년동안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만든 ‘옥스퍼드 영어사전’. 1928년 초판이 나왔을 때 이 사전은 총 12권 분량으로 41만4,825개 어휘, 182만7,306개의 인용문이 실렸으며 전체 활자의 길이는 285㎞, 글자 및 숫자의 수는 2억2,777만9,589개에 달했다.
이 위대한 작업의 주역은 사전의 책임 편집자였던 제임스 머리 교수와 자원봉사자중 가장 열정적으로 빼어난 문장을 보내왔던 미국인 의사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이너는 정신 이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영국의 브루드무어 수용소에 갇혀 있던 미친 살인범이었다.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전편찬 작업이 광인의 언어에 대한 광기와 열정을 통해 탄생했던 것. 세계 각 지역에서 저널리스트로 활약해온 저자 사이먼 윈체스터는 어떻게 최고 권위의 사전제작에 미친 살인범이 1만여개가 넘는 어휘를 기고하게 됐는지를 추리소설처럼 추적해가며 두 남자의 열정과 광기, 우정을 다루었다. 아울러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문화적 배경과 탄생 과정을 흥미진지하게 그리고 있다.
미국 명문가 출신으로 예일대 의대를 나왔던 마이너. 여린 마음의 소유자였던 그는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했다가 탈영병의 얼굴에 낙인을 찍은 후 충격을 받아 미쳐버리고, 병 치료차 영국으로 왔다가 망상 중에 사람을 죽여 수용소에 갇혀버리는 신세가 되었다. 수용소에서 사전 편찬에 참여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영국 언어학회의 호소문을 우연히 접한 마이너는 이 일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정신병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마이너는 더욱 언어에 몰두했다. 마이너에게 사전 편찬 작업은 정신병 치료행위이자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던 것. 사전 편찬 책임자 머리교수는 작업이 본 궤도에 올랐을 때에야 마이너를 찾아가 그가 정신병자인 줄 알게 되었다. 미친 살인범이지만 뛰어난 학자인 마이너에게 존경과 연민을 느낀 머리교수는 이후 평생의 친구로서, 또한 사전 편찬 작업의 파트너로서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 마이너는 정력적으로 사전 작업에 매달리지만 증세는 더욱 나빠져, 드디어 자신의 성기를 스스로 자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후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사전이 완성되지만 머리나 마이너는 이미 죽어 그 완성을 보지 못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