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희년 '국빈'허용 교황청 특별예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희년 '국빈'허용 교황청 특별예우

입력
2000.03.06 00:00
0 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4일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한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교황청을 방문, 특별한 환대와 예우를 받았다. 금년이 50년마다 죄를 사하는 대희(大禧)년으로, 이 때에는 교황청은 어떤 국가원수의 국빈방문도 허락하지 않는 데 김대통령의 국빈방문만은 수용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10월 로마를 방문하지만, 국빈방문(State Visit)이 아니라 실무방문(Working Visit)이다.교황청은 김대통령 환대에 대해 “김대통령이 고난을 이겨낸 신앙인이자 인권운동가이며, 한국의 가톨릭 교회를 한국민 스스로 세웠다는 값진 역사적 교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 내외가 환영식과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교황의 서재와 이어진 「트로네토실」에 대기하자 교황 요한 바오르 2세는 곧바로 서재에서 나와 ‘찬미 예수’라고 말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트로네트」는 작은 의자라는 의미. 김대통령과 교황은 사진촬영을 하고 통역만을 데리고 서재로 들어가 30여분간 단독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한국 교회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김수환(金壽煥)추기경과 정진석(鄭鎭奭)대주교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그러겠다”고 답하고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교황은 “현재까지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했다. 김대통령이 다시 “북한에 가시면 한반도 평화에 대단히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자 교황도 “그러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김대통령과 교황은 서재 밖으로 나와 기념품을 교환했다. 교황은 김대통령에게 자신의 초상이 새겨진 메달을, 이희호여사에게는 로사리오 묵주를 선물했다. 김대통령은 금속제 거북선 모형과 백자 항아리를 선물했다. 교황이 백자에 쓰인 「경천애인(敬天愛人)」의 뜻을 묻자 김대통령은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면담후 김대통령은 “교황이 1984년에 이어 1989년 한국에 들렀을 때 만났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맑은 모습에 변함이 없더라”고 소감을 말했다.

김대통령은 면담일정을 마치고 교황청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성 베드로성당을 둘러봤다. 이 때 교황청은 다른 국가원수에 허용치 않았던 교황의 특별전용통로 이용, 지하 베드로 제단 방문을 김대통령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교황의 공식 환영사와 김대통령의 답사는 외교 채널을 통해 교환됐다. 교황은 환영사를 통해 한국 방문의 추억을 회상하고 김대통령의 대북 노선에 지지를 표했다.

로마=이영성기자

leey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