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국여배우 중 누구를 좋아하는가 묻는 사람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없다. 누가 연기 잘하고, 누가 제일 예쁜가 하는 것은 알고 있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내가 안 좋아한다 해서 그들이 슬퍼하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동감하겠지만 나는 임청하, 공리, 샤론 스톤, 기네스 펠트로우를 좋아한다.미모와 매력을 겸비한 유명한 배우라는 것 외에 그들에게는 ‘무엇’인가가 있다. 중국어에서는 그것을 ‘기질이 있다(有氣質)’고 표현한다. 아름답다, 귀엽다, 섹시하다, 지적이다, 우아하다 등의 단어보다 더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 말은 중국어권의 여자들이 제일 받고싶은 찬사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석할까? 출중, 세련 아니면 outstanding? 모두 적합하지 않다. 억지로 뜻풀이하면 수양, 지혜, 개성, 자신감, 소탈함과 외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경지이다.
외모관리, 외국어터득, 악기다루기, 정보섭취, 에티켓 등 ‘기술적’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의바르다고 수양이 있는 건 아니며 아는 것이 많다고 지혜가 있는 건 아니며 튄다고 하여 개성이 있는 것은 아니며 잘난 척 한다 하여 자신감이 있는 건 아니며 성격 좋다고 다 소탈한 것은 아니다.
요즘 싱가포르에는 여성의 기질유무(有無)에 대해 논란이 크다. 그 발단은 최근 연합조보(聯合早報)에 실린 한 외국독자의 인터뷰 내용 때문이다. “뉴욕이나 파리, 북경과 상해에서는 기질이 있는 여자를 심심찮게 본다.
하지만 싱가포르에는 없다. 모두가 세련된 것 같지만 패션에는 안목이 없고 워킹에는 자세가 없으며 말소리에 기운이 없고 눈매에 광채가 없다. 싱가포르 여자들은 예의바르고 영어 잘하며 컴퓨터, 속기, 비서, 관리 등 못하는 것이 없다.
하지만 똑같은 표정에 똑같은 옷차림의 오피스걸 같다는 인상도 떨쳐버릴 수 없다. 물론 총체적인 인상일 뿐이다.” 이에 격분한 싱가포르 여성들이 반격을 시작하였는데 ‘소박하고 모성애가 깊고 책임감이 강하고 능력이 있으며 열심히 산다’는 등이 스스로 꼽는 장점이다. 싱가포르는 열대 기후여서 온대 여인들처럼 사계절이 분명한 기질을 ‘연출’할 수 없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사실 어느 지역에나 기질이 있는 여자들이 있다. 일정한 범위 설정이 없이 특정 나라 여성을 평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제3의 눈으로 볼때 ‘오피스걸’과 같은 1차적인 인상이 존재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여성은 어떤 1차적인 인상을 안겨줄까? 패션 모델이나 화장품 모델에 가깝다고 한다면? 화려한 패션, 좋은 화장품은 여자라면 누구나 탐낼 법 하지만 과연‘기질’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일까?
추웨이쿠웨이후아·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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