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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예술론·산문미학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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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예술론·산문미학 조명

입력
2000.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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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함은 사마천을 닮았고 넉살 좋음은 장자에게서 배운 솜씨다. 소동파의 능청스러움, 한유의 깐깐함도 있다. 불가에 빠진 사람인가 싶어 보면 어느새 노장으로 압도하고, 다시금 유자의 근엄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누구를 이르는 말인가.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다. 정민(39·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연암의 예술론과 산문미학을 다룬 ‘비슷한 것은 가짜다’(태학사 발행)에서 연암의 넓고도 깊은 문장의 세계를 이렇게 마땅히 비유할 바를 찾지 못할 정도로 당혹해하면서 숭앙하고 있다.

연암의 문학에 대한 연구는 따로이 연구사로 정리될 정도로 풍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암집’은 아직도 완역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번역이야 시도됐지만 그 문장에 담긴 고도의 비유와 상징, 함축을 파악하기가 워낙 어렵고 무엇보다 그 속에 담긴 정신이 오늘의 전문 연구자들로서도 맥락을 잡기 힘들만큼 깊이와 너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시미학산책’(1996년)으로 우리 한시의 참맛을 새삼 느끼게 했던 소장 국문학자인 정교수가 이번에는 연암에 달려들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에서 그는 연암의 짧은 글 44편과, 동시대인인 이덕무 박제가 등의 글 8편 등 52편의 글을 스물다섯 가지의 주제로 분류해 소개하면서 연암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연암의 글은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술론과 인생론 우정론, 세상살이의 애환과 신랄한 풍자, 인간적 체취가 물씬 풍기는 편지글 등이 포함됐다. 코끼리와 까마귀를 통해 사물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태도를 논한 연암의 글을 소개하면서 정교수는 낙타를 통해 비슷한 비유를 한 움베르토 에코의 현대 기호학적 인식태도를 비교한다. 또 술취해 깨어난 선비의 일화를 카프카의 ‘변신’에 비유, 현실 앞에 비대해진 자의식의 과잉으로 마침내 자아를 상실한 인간을 돌이켜보기도 한다.

바로 우리의 중세와 근대의 갈림길에서 고민했던 지성인이면서도 허다한 서구의 식자들 이름에 가려져있기만 하던 연암, 그의 풍모가 정교수의 생동하는 문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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