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연재소설 '시간은 미래로...' 배수아씨“안전한 기차는 타지 않겠다”
그다운 말이다. 한국일보에 8일부터 매주 수요일자 전면에 주간연재소설 ‘시간은 미래로 흐르는가’를 쓸 소설가 배수아(35)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소설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삶의 의미, 탐미적인 소설적 아름다움에 다다를 수 있는 글쓰기의 길은 많고, 자신은 그 많은 길 중에서 남들이 걷지 않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1993년 등단 직후부터 배씨의 작품세계를 지칭해 온 표현들은 많았다. 신세대 감성의 소설가, 적막한 허무적 아름다움의 글쓰기, 악마적 꿈꾸기의 작가…. 이러한 수식들에 공통적으로 숨어있는 의미는 그가 1990년대 우리 문학계에 마치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젊은 작가라는 것이다. 그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삶의 경험, 다르게 꿈꾸는 미래를 가졌던 젊은이라는 것은 물론이고 여타 작가들처럼 이른바 정통적인 문학수업을 거치지도 않은 작가였다. 그러나 그는 세기말의 음울한 터널을 자신만의 개성적인 소설문법으로 빠져나왔고, 이제 새로운 세기의 벽두에서 ‘시간은 미래로 흐르는가’를 통해 21세기적 삶과 사랑과 시간의 의미를 그려볼 참이다.
“배수아의 감성 창고에는 과연 어떤 세계의 풍경과 향기가 펼쳐져 있을까?”
배씨와 함께 작업해나갈 화가 도윤희(39)씨도 배씨 작품의 향방에 대해 흥분어린 호기심을 감추지 않았다. 익히 서로의 명성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첫대면이었던 두 사람은 만나자 마자 ‘상투성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예술가 본연적인 심성의 발동에서인지 금세 의기투합했다. 도씨는 “배수아씨에게서는 어떤 순수성을 고집스럽게 지키려는 의미에서의 원칙주의자 같은 냄새가 풍겨나왔다”며 “같은 시대 같은 문화를 살고 있는 젊은 작가로서 함께 작업할 수 있게 돼 너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배씨는 ‘시간은 미래로 흐르는가’라는 소설 제목은 스티븐 호킹의 글귀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주인공은 20대 후반의 직장여성인 ‘한나’, 그리고 그의 사랑인 대학원생 ‘무열’. 과연 시간은 미래로 흐르기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무작정 그 기차에 편승해있기만 하면 삶은 지속되는 것일까. 배씨는 독하디독한 마약같은 그만의 글쓰기에 두 주인공의 삶의 행로를 담아, 독자들을 이런 근원적 삶의 의문과 맞닥뜨리도록 할 것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새연재소설 작가 배수아-도윤희씨의 말
작가의 말/ 배수아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나는 언제나 마이너리티를 지향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우유부단하고 싫고 좋음이 분명하지 않고 직설화법에 서투른 나 배수아가 글을 쓸 때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고집이라고 해도 좋았다. 여기서 마이너리티란 정치 경제적인 의미도 있지만 제도나 관습도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역시 정서나 문화기호의 마이너리티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한다는 것은 안전한 기차를 타는 것과 같다. 그것은 나름대로 충분한 가치가 있고 나 또한 많은 순간에 그런 문화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보편적인 것은 아름답다. 힘든 세상에 위안이 된다. 부담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쓸데없는 위험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굳이 나 배수아가 아니더라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소설이 궁극으로 지향하는 것이 인생 자체일 수도 있고 탐미적인 아름다움일 수도 있고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가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곳으로 가는 길은 얼마나 많은가. 나는 내가 훌륭하게 글을 잘 쓰는 작가라고는 절대 말하지 못한다. 작가로서 나에게 욕심이 있다면 그것은 내 글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는 것뿐이다. 내 모습 그대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싶다.
화가의 말/ 도윤희
흔히 통용되는 양식이나 법칙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있는 배수아의 소설어법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感性)의 창고로 모든 이를 불러들인다.
그 창고에는 과연 어떤 세계의 풍경과 향기가 존재하고 흐르고 있을까.
그만의 모방 불가능한 언어로 떠나는, 흐르는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기대해본다.
나 또한 신문연재소설 삽화의 고정관념적 틀에서 벗어나는 작업으로 그의 여행에 동참해 보리라 생각하며, 기쁨과 설레임이 함께 하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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