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는 미국의 남북 전쟁 관련 영화가 두 편 출시된다. 남군이 실전에 투입했던 세계 최초의 잠수함 헌리호의 활약을 그린 ‘헌리호의 최후’와 노벨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을 영화로 옮긴 ‘비러브드(Beloved)’(18세 이상가·브에나비스타)가 그것이다. 두 편 모두 역사의 뒤안길에 묻힐 뻔했던 사실을 발굴하여 인류의 진보에 대해 깊은 사색과 회의를 갖게 한다. 존 그레이의 1999년 작 ‘헌리호…’가 개발이 완전치 못했던 잠수함에 기꺼이 생명을 바친 용감한 사나이들의 희생 정신을 기렸다면, 조나단 뎀의 1998년 작 ‘비러브드’는 노예제도가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얼마나 황폐화했는가를 보여준다.토니 모리슨은 자신의 대표작인 ‘비러브드’가 실화를 바탕으로 씌여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855년 켄터키에서 신시내티로 탈출했던 마가렛 가더라는 여성이 노예상에게 네 자녀를 빼앗길까 두려워 삽으로 때리고, 목을 긋고, 벽에 부딪혀 죽이려한 충격적인 사건. 마가렛은 재판정에서 “자식을 나처럼 살게 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토니 모리슨은 이 사건에 대해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할 수 있었던 최고의 극단적 애정 표현이었다. 자식이 욕되게 사는 것을 볼 수 없었던 모성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비러브드’를 쓰기 위해 당시 흑인들에게 씌웠던 각종 재갈 등을 실제로 착용해 보고 엄청난 분노를 느꼈었다고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현실과 상상을 마술처럼 뒤섞으며 네 아이를 둔 노예 출신 흑인 여성 루 세더의 기구한 삶, 사랑, 모성을 통해 노예제도를 고발하는 영화 ‘비러브드’는 오프라 윈프리라는 또 한 명의 뛰어난 흑인 여성을 거론하게 한다. 토크 쇼 진행자로 유명한 윈프리지만 ‘컬러 퍼플’을 비롯하여 흑인의 참혹한 역사와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에 기꺼이 출연하고 있다. ‘비러브드’에서는 주인공 루 세더로 분하여 일생일대의 열연을 한다. 조나단 뎀 감독은 ‘양들의 침묵’으로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지만, ‘필라델피아’에서 동성애 인권을, ‘러브 필드’에선 흑인에 대한 편견을 다룬 바 있다. 원작자, 배우, 감독의 의식과 역량이 173분을 감동으로 이끈다.
감상포인트/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반성을 위해 누구나 보아야할 필수 영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