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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L과 콜롬비아 게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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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L과 콜롬비아 게릴라

입력
2000.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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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관계도 없을 듯한 두 그룹의 수장(首長)이 3일 콜롬비아 반군 거점인 남부의 로스 포조스 마을에서 만났다.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AOL측에서는 짐 킴지 공동 창업자가, 콜롬비아 최대 반군단체인 ‘콜롬비아혁명군’(FARC)에서는 마누엘 마룰란다 최고지도자가 나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AOL의 반군과의 만남은 반군과의 일체의 공식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미 정부를 대신한 사실상의 사절단 성격. 21세기 첨단 민간기업에게 콜롬비아 반군과 정부와의 가교역할을 기대하고, 한편으론 마약으로 얽힌 미국_콜롬비아 두 나라간 악연을 ‘경제논리’로 풀어보자는 뜻에서다.

너무나 다른 길을 걷는 양측의 만남인지라 이날 회담은 ‘외교적 수사(修辭)’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회담 후 킴지는 “평화과정을 정착하는데 큰 기회가 됐다” 고 자평했고, 마룰란다는 “그가 콜롬비아 경제회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는 말로 화답했다.

회담 내용과는 별개로 현지 분위기는 1960년대 콜롬비아 좌익활동을 주도한 반군과 AOL이 머리를 맞댔다는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FARC의 서방과의 접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리처드 그라소(53) 뉴욕증권거래소(NYSE) 이사장이 안드레스 파스트라나(46) 콜롬비아 대통령 초청으로 FARC의 주요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졌고, 지난달에는 반군지도자들과 정부 협상대표단들이 함께 23일간의 유럽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그라소 이사장과의 만남 때는 “게릴라들에게 터무니없는 합법성을 부여한 꼴이 됐다” 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으나, 대체로 “FARC에게 시장경제를 이해하도록 해 평화회담의 전기를 마련했다” 는 호평을 받았다.

회담 후 FARC 측이 밝힌 AOL과의 ‘공통분모론’도 화제다. 현대문명과 격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글의 게릴라 활동에 컴퓨터같은 첨단 문명을 활용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터넷을 통해 행동강령을 교환하고 e_메일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물론, 자금조달, 납치대상자에 대한 정보수집 등 모든 것이 컴퓨터를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AOL과 자신들은 친숙하다는 주장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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