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컴퓨터인테테인먼트(SCE)가 4일 발매한 가정용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PS)2’가 일본 열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그 여파는 게임기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가전제품 및 영상·음악 소프트웨어 시장에도 미칠 전망이다. 또 인테넷 관련 산업과 가전제품 유통구조에도 질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여 ‘PS2 혁명’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PS2 혁명’은 우선 뜨거운 구매 경쟁에서 확인됐다. 대형 할인판매점은 3일 저녁부터 도시락을 준비하고 밤을 새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앞서 일분 판매점의 선착순 예약은 순식간에 끝났고 25만대를 돌린 인터넷 판매에서는 1분 사이에 60만건의 주문이 쇄도,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SCE가 초기 판매분으로 준비한 100만대는 4·5일 이틀 사이에 모두 팔려 나갔다.
과거 돌풍을 일으킨 ‘윈도우 95’가 4일간 20만개, ‘iMac’이 1년간 전세계에서 200만대 팔린 것과 비교해도 자릿수가 다르다. 이같은 유례없는 돌풍은 ‘PS2’가 게임기를 넘어 선 게임기이기 때문이다.
[게임기] ‘PS2’는 가정용으로서는 128비트 게임기이다. 그동안 SCE의‘PS’는 닌텐도(任天堂)의 ‘닌텐도64’, 세가의 ‘드림캐스트’와 함께 일본은 물론 세계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3분하면서 68%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해 왔다.
게임기로서 ‘PS2’는 ‘PS’와 비교가 안되는 고화질로 게임기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 ‘PS’에서 3발정도가 한계였던 불꽃놀이 표현의 경우 ‘PS2’는 100발의 폭죽이 하늘에서 한꺼번에 터져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는 생생한 영상을 제공한다. 아직 ‘PS2’의 표현 능력에 걸맞는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아 당분간 ‘PS’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 메이커들은 ‘PS2의 도전장’에 매달리고 있어 속속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DVD] 소비자들이 무엇보다 열광하는 것은 ‘PS2’의 DVD(디저털비데오디스크) 재생 기능이다. 영화나 음악 DVD는 고품위의 영상과 음질에도 불구하고 대당 5만~10만엔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별 매력이 없었다. ‘PS2’의 소비자가격이 3만9,800엔에 불과해 DVD플레이어로만 써도 이익이다.
일본의 전자업체들은 DVD플레이어를 성장 분야로 보고 힘을 쏟아 왔지만 96년 이래 약 95만대가 보급됐을 뿐이다. SCE는 올해 ‘PS2’1,00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어서 1년 사이에 시장이 10배 이상으로 커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대여점의 DVD 취급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DVD 소프트웨어 산업을 꽃피우는 파급 효과를 부를 전망이다. DVD 소프트웨어 산업의 개화는 거꾸로 기존 DVD 플레이어 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PS2’발매를 앞두고 일부 판매점은 불만에 휩싸여야 했다. 전체 초기 발매량의 25%를 10% 할인 가격으로 인테넷 판매로 돌리는 바람에 물량이 적게 배정되거나 아예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니는 애완견 로봇 ‘아이보’에 이어 ‘PS2’의 인터넷 판매에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직접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는 자사 전자제품의 인터넷 유통을 늘려갈 방침이다. 대형 할인판매점 위주의 가전제품 유통구조의 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PS2’가 소니가 구축하고 있는 인터넷망의 핵심단말기라는 점에서 더욱 뚜렷하다. ‘PS2’는 세가의 ‘드림캐스트’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게임기이다. 현재는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나 기능은 갖추고 있어 케이블TV를 이용한 소니의 고속통신망이 정비되면 곧바로 고속 인터넷망의 단말기로 변신한다.
일본의 연간 PC보급량이 1,000만대 정도이고 그중 400만대가 가정용이라면 1년 사이에 1,000만대나 가정에 보급되는 ‘PS2’는 일본의 인터넷 시장을 크게 흔들 것으로 보인다. NTT도코모의 휴대전화 인터넷 접속 서비스인 ‘i모드’가입자가 400만명을 넘는 등 인터넷 단말기로서의 PC의 지위는 크게 위협을 받아 왔다. 인터넷 단말기가 PC와 휴대폰, 게임기로 3분되는 물결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게임기는 통신속도에서 기술적인 제약을 안고 있는 휴대폰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위협을 PC에 던지고 있다. 조작이 간편한 데다 고화질의 대형 TV 화면을 이용하는 게임기는 영상·음악·게임을 인터넷에서 바로 다운받는 소프트웨어 전자거래에서는 커다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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