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월요포커스] 동포때문에 동포가 떨고 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월요포커스] 동포때문에 동포가 떨고 있다

입력
2000.03.06 00:00
0 0

지난해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약 99만명. 여기에 유학생, 상사 주재원 등 장기체류 교민 1만8,000여명을 합치면 100여만명이 중국에서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급증하는 재중동포(중국 국적의 조선족)의 한국인 대상 범죄 실태와 원인, 구멍난 정부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실태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1999년 중국내 한국인 대상 범죄는 182건. 전체 외국인 대상 범죄의 70%에 이른다. 이는 98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범죄내용도 살인, 납치 등 강력사건이 21건이나 되는 등 날로 흉포화하고 있다.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인 대상 범죄의 90% 이상이 조선족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사이에 반한(反韓)정서와 ‘한국인은 손쉬운 먹이감’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재중동포에 의한 한국인 대상 범죄는 97년 3월 베이징과 톈진(天津)에서 발생한 유학생, 상사원 납치사건을 시작으로 지린(吉林)성 등 동북 3성 지역을 벗어나 중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98년 9월 한국인 납치강도 행각을 벌인 조선족 3명을 공개처형하며 진압에 나섰지만 범죄는 오히려 조직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한 김모(31)씨는 “예전에는 충동·생계형 범죄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폭력조직인 흑사회(黑社會)가 개입하고 있어 교민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대 유학생 이모(29)씨는 “작년 11월 한국인 가게에 조선족 강도가 들이닥쳐 일본도로 주인을 난자한 사건처럼 처음부터 한국인만을 노린 범죄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래서 표적된다 98년 한국인 대상 전문 4인조 재중동포강도단은 중국공안 당국에서 “한국인은 모두 죽여야 한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국동포국제네트워크 배덕호(裵德鎬·31) 사무국장은 “한국에서 갖은 수모와 멸시를 받고 중국으로 되돌아간 재중동포가 5만명”이라며 “이들의 반한감정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성남시 ‘중국동포의 집’ 김해성(金海聖·39) 목사도 “임금체불, 산업재해, 사기 등 재중동포들에게 숱한 인권유린이 가해졌지만 정부는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재중동포를 같은 민족이 아닌 이익추구 대상으로만 보는 한국인 사업가의 행태도 범죄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졸부성 과시근성과 재중동포를 깔보는 태도는 특히 반한감정에 불을 지폈다. 베이징의 한 룸살롱에서 일했다는 20대 재중동포 김모(여)씨는 “돈으로 부채를 만들어 부쳐 ‘돈부채’로 불린 한국인도 있다고 들었다”며 “얼마 버느냐고 묻는 한국인을 볼 때마다 경멸감까지 인다”고 고백했다. 2,3차를 거듭하며 만취하는 음주행태나 동포라고 쉽게 믿는 경솔함도 문제다. 탈북자 조명철(趙明哲·41·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씨, 회사원 서모(31)씨 납치사건의 경우 재중동포 여성을 따라나섰다 스스로 호랑이굴에 들어간 사례.

▣구멍 숭숭 정부 대책 한국인 대상 범죄는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정책 부실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 경찰 등 관계기관은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정작 사건이 터지면 정보공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현지 기관들간에 유기적인 협조가 안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말한다.

국정원은 탈북자 조씨 사건을 제때 통보하지 않아 외교부는 언론을 통해 사건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학생 송모(31), 회사원 서모(31)씨 납치사건 때는 경찰이 ‘수사기밀’이라며 현지 대사관과 총영사관에 수사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서울대 P교수는 “2일 외교부에서 중국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시했지만 뒤늦은 감이 있고, 중국의 미온적 대처를 묵인하는 저자세 외교가 문제”라며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월요포커스] 中 조폭잠입 국내도 '위험지대'

“탈출해서 서울에 가도 ‘한국에 있는 우리 일당’이 살려두지 않을 거야.” 탈북자 조명철(趙明哲·41·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씨에게 재중동포(조선족) 납치단이 한 협박이다.

국내 재중동포 사회에서도 폭력조직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료를 상대로 범죄를 일삼는 이들은 중국과 한국의 폭력조직을 잇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12월 재중동포 폭력조직인 흑사회(黑社會) 출신 박모(37)씨 등 5명이 살인미수 혐의로 서울 관악경찰서에 구속됐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살인, 강도를 저지르고 한국내 조선족 사회로 도피한 흑사회 출신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중동포 6만여명이 밀집한 서울 영등포·금천·관악구 일대에서는 이들의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남부경찰서에는 지난해 이런 사건이 사흘에 한 건꼴인 120여건이나 접수됐다. 이중 살인, 강도 등 중범죄만 42건이나 됐다. 옌지(延吉) 출신 강모(36)씨는 “조선족 폭력배들은 중국에서처럼 옌지, 헤이룽장, 랴오닝(遼寧) 등 출신지별로 뭉친다”며 “지난해 강서구 화곡동에서 벌어진 조직간 다툼처럼 언제든 조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재중동포 범죄가 빈발하는 것은 10만∼12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중 80% 정도가 불법체류라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재중동포 박모(33)씨는 “동료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조선족들은 중국에 돌아가면 한국인 사업가를 대상으로 나쁜 짓을 하거나 본토 흑사회에 흡수된다”며 “흑사회는 이들을 통해 한국내 조선족과 연결, 환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월요포커스] 주중한국대사관 웹사이트 교민들 '분노의 소리'

“교민 보호하라고 파견했지 자녀 국제학교 보내고 골프 치고 거만떨며 중국땅 활보하라고 세금 낸 줄 아십니까.”(ID 최강현)

최근 중국에서 한국인 피살·납치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중국교민들의 분노와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 웹사이트에는 이처럼 우리 공관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져 올라오고 있다. 이런 글들은 대사관이 자체 웹사이트 ‘열린 마당’에 한국인 대상 범죄 관련 언론보도를 비난하면서 공관 조치사항 및 해명을 올린 3일 오후 6시 이후부터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당신들이 내 신변을 보호해주리라고 생각해 본 일도 없습니다” “자국민의 안전도 책임 못지는 대사관에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라니…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통탄스럽소”등등 대사관측의 무성의와 무능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한 걸음 나아가 평소 대사관측의 대민서비스 문제까지 비판하는 내용도 많다. “정말 묻고 싶습니다. 언제쯤 재외국민과 유학생이 힘들 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려는지….” “일본대사관에 한번 전화해보세요. 그리고 배우세요. 얼마나 친절하고 잘 대해주는지….” 이런 글이 편당 조회건수가 60∼70회씩이나 된다는 사실을 대사관측은 겸허히 반성해야 할 것 같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월요포커스] "차별·피해의식 악순환고리부터 끊어야"

“함께 발전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가 돼버린 재중동포와 한국인간의 상호불신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강영식·康榮植 남북협력국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인들의 태도부터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5일 저녁 서울 금천구 가산동 동천교회 ‘중국동포의 집’에서 만난 재중동포들은 ‘한국인들이 최근 사건을 계기로 우리를 더 멸시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과 함께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모(46·여)씨는 “일부 범죄꾼 때문에 다같이 욕을 먹게 됐다”며 “우리 모두를 매도하지는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옌벤(延邊) 출신 박모(33)씨는 “한국인들은 우리를 거지 취급한다”며 분개했다. 선교사 석모(30)씨는 “중국인들은 평상시에는 온화하지만 자존심이 다치면 ‘원한’을 품는 성향이 있다”며 “한국인들은 경제력을 과시하거나 동포를 비하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부의 유연한 재중동포 정책과 범죄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 성남시 ‘중국동포의 집’ 김해성(金海聖·39) 목사는 “24일 발효되는 형사사법공조조약 외에 중국과 범죄인인도협약도 체결해 범죄조직을 재중동포 사회에서 도려내야 한다”며 “범법자들은 법대로 잡아 처리해야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재중동포들에겐 한국인과 같이 정착하고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우호협력회 관계자도 “한국에 온 재중동포 대부분이 500만∼1,500만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실정을 고려해 체류기간을 현실에 맞게 늘려줄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