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는 트랙에서만 잘 달리는 것 못지 않게 줄도 잘 서야 한다.한 주간의 출마표가 작성되기 전에 「출마투표」라는 과정이 있다.
마주 혹은 조교사들이 경주별 등록신청을 하는 작업인데 이 단계를 통해 경주마가 어느 말과 어느 경주에서 뛸 것인지가 정해진다. 때문에 출마투표를 앞두고 신청자들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보통 경마 이틀전에 실시하는데 이 시간만은 대입원서 접수의 눈치싸움을 방불케한다.
투표가 시작되면 TV모니터에 경주별로 접수상황이 공고된다. 신청자들은 이 모니터를 보고 각자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주에 신청을 한다. 실제 접수가 시작되는 것은 거의 마감시간 무렵. 서로 어느 말이 어느 경주에 신청을 했고 몇 마리나 됐는지를 재기 때문이다.
경마팬들이 베팅을 할 때 TV모니터에 나타난 배당률을 보고 거의 막판에야 마권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출마투표는 「실질적인 경마의 출발점」으로 불린다. 어떤 상황에서 경주를 펼치는 것이 결정되고 그것이 곧바로 경주마의 성적, 나아가 상금액수 까지 좌우한다. 신청한 말들을 적절하게 경주에 배분하는 일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신청한 말이 14두를 초과할 경우 마사회가 책정한 편성순위에 따라 경주를 2경주로 분할한다. 반대로 7두를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아예 경주로 편성되지 못한다. 특히 실력이 엇비슷한 말들간에 박진감 넘치는 경주가 펼쳐지도록 흥미를 배가시키는 것이 경마편성의 가장 큰 화두다.
마사회 경마팀 김재산과장은 『가끔 경마팬들 중에 「왜 재미없게 경주편성을 했느냐」고 항의하는 전화가 걸려오곤 한다』며 『일부 우승 독점마와 다른 말들간에 실력차가 커 경마편성이 결코 쉽지 않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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