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마치 법정 선거운동 기간으로 착각할 정도로 여야 각당은 벌써부터 지도부를 총동원, 지역을 돌며 표심잡기에 혈안이다. 그런데 그 선거운동이 문제다.여야 모두 건전한 정책대결 등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려 하지 않고, 지역감정을 자극하거나 남의 흠집을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후보의 사람됨에 앞서 지역연고가 있는 사람을 무조건 뽑아야 한다는 발상은 시대의 흐름과는 정말로 동떨어지는 일이다.
2000년의 문턱을 넘었는데도 정당의 선거전략이 여전히 60-70년대의 행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JP가 논산과 부여를 방문, 『영·호남의 지역감정은 김대중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에 출마한 71년부터 생긴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충청권의 정서에 불을 댕기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아마도 민주당이 논산·금산에 이인제선대위원장을 내세우는 등 충청권 전지역에 후보를 낸 것을 겨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를 계기로 충청권의 지역정서가 꿈틀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볼 때 JP가 실수를 한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자민련이 득을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는 점점 고착화한 이미지, 충청권 리더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질 것이란 점 때문이다.
이인제선대위원장이 JP를 「서산에 지는 해」에 비유한 것도 정도에 지나치다. JP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이다. 더구나 얼마전까지 국무총리로 공동정권의 2인자였지 않은가. 아무리 총선 이후의 「큰 뜻」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 하더라도 남의 인격을 밟는 것은 삼가는 것이 도리다.
한나라당이 정부의 「지역편중 인사」에 대해 연일 공세를 취하는 것도 그 속셈이 빤하게 들여다보인다. 편중인사를 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의 정서를 자극해 이를 거꾸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창당을 준비중인 민국당이다. 마치 한나라당과의 대칭이 창당의 목표인 것처럼 연일 한나라당과 이회창총재만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부산정서에서 한나라당의 몫을 줄이려는 목적인 듯 하다. 민국당이 계속 이런 행태를 보이면 정당의 정체성이 오해받기 십상이다.
정당이 더이상 지역감정의 골을 키우는 것은 총선 이후는 물론, 다음 세대에까지도 치유불능의 후유증을 남길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권 모두 현명하게 대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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