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는 논쟁 다운 논쟁이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성과 논리에 바탕한 논쟁보다는 감정과 폭언, 편가르기만이 횡행한 논리 아닌 흑백(黑白)논리가 오히려 사회를 추동해온 동력이 되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역사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계간 「역사비평」이 발간 50호 특별부록으로 낸 「논쟁으로 본 한국사회 100년」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우리사회의 논쟁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봉건이데올로기와 식민이데올로기, 반공·분단이데올로기, 체제와 반체제, 민족과 반민족, 통일과 반통일 등 지난 한 세기를 점철했던 한국사회 고민의 흔적들이 56가지의 논쟁을 통해 정리됐다.
단발(斷髮)과 근대성, 임시정부 창조론과 개조론 등 일제식민지 시기의 논쟁부터 해방 이후 60년대까지의 국대안(國大案) 파동, 평화통일론과 진보당 사건, 베트남 파병 논쟁을 거쳐 한국적 민주주의와 유신체제 논쟁, 80년대의 노동자 정치참여, 최근의 박정희 신드롬 논쟁까지 사실상 우리 사회과학계의 20세기 논쟁들에 대한 최초의 일목요연한 정리라 할 수 있다. 각 논쟁마다 그 구도와 핵심적 논지를 요약소개하고 관련 그림자료와 참고문헌도 붙였다. 임대식 「역사비평」 편집위원은 『시대성을 상실하거나 해결된 것들도 있지만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는 논쟁들도 많다』며 『한 세기의 논쟁사를 정리하는 것은 곧 20세기 한국사에 대한 간명한 정리』라고 의미를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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