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중 무역수지가 8억2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1월 3억9,000만달러 적자여서 올들어 4억1,200만달러의 흑자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목표 120억달러 흑자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줄곧 지속돼 온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 1월 적자로 반전한데다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해 올해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는 등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달 24일까지 12억달러의 적자를 보여 2월에는 잘해야 균형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월간 수출액의 20% 가량인 24억4,300만달러 어치를 소나기식으로 수출했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아 월말에 수출이 몰리는 것이 통상적인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지난달의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우리의 수출 능력이 갑자기 급상승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밀어내기 수출」에 의한 「억지 흑자」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산자부가 「친절하게」 무역수지 흑자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나, 정부가 이번달 수출물량을 앞당겨 통관시키라고 수출업계에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도 석연치가 않다.
우리는 무리한 외형 부풀리기로 인해 실속없이 덩치만 커진 기업들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제대로 한번 싸워보지 못하고 낙오할 수밖에 없었던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폐습을 빨리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합의였고, 기업 구조조정의 주요 내용중의 하나다. 그런데 만의 하나라도 정부가,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과거의 악습을 되풀이 했다면 가볍게 넘어갈 일은 아니다. 당장 그동안 간신히 회복한 국가 신인도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수출 현황이 어떻고, 앞으로 어떤 난관이 있으며,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는 등의 실상을 솔직하게 밝혀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역량을 집결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에는 다행히 무역수지 흑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후가 문제다.
수출은 국내 기업 경쟁력의 집합적인 산물이어서, 무리를 하거나 왜곡하면 엄청난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 통계수치상의 놀음은 더이상 안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했다. 2년여전 IMF 긴급지원을 받을 때도 각종 통계는 「정상적」이라고 정부는 강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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