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 하나 등 일부 우량은행들은 흑자였으나 대우등 대기업 부실여신에 발목이 잡혀있는 다른 대형 은행들은 5조원대의 적자를 기록,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이처럼 은행들의 실적차별화가 뚜렷해지면서 시장에 의한 2차 금융빅뱅이 수면위로 급부상할 전망이다.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6개 일반은행(10개 시중은행, 6개 지방은행)은 지난해 총 4조9,90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최종집계됐다. 이들 은행들은 영업부문에선 6조3,293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대우사태와 기존 부채상환능력보다 미래 상환능력을 중시하는 신(新)자산건전성분류(FLC)방식 도입등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엄청나게 쌓으면서 큰 적자를 기록했다.
■은행간 실적차별화
신호탄 주택은행등 일부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짭짤한 흑자를 내 2차 금융빅뱅에서 리딩뱅크(선도은행)로 도약할 수 있는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익을 보면 「금융 안전지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주택은행이 4,513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후발시중은행인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1,448억원, 1,131억원으로 각각 2, 3위를 기록했고 국민은행은 1,079억원으로 4위였다.
그러나 대기업여신비중이 높은 서울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계는 이번 은행들의 경영성적표가 올해말 예금보호범위 축소와 맞물려 우량은행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가속화시켜 2차 금융빅뱅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이 외면하는 금융기관은 구조조정의 태풍속에 휘말려 가혹한 고통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기관 올해 3조∼4조 흑자전망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은 올해엔 흑자기조 전환 등 새 출발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호전으로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지난해 결산에 대우사태및 FLC도입등에 따른 부실을 대부분 털어내고 대손충당금을 쌓았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은행감독1국 정용화(鄭庸和)경영정보실장은 『올해 일반은행들이 그동안 부진했던 실적에서 벗어나 3조∼4조원의 흑자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대우부실채권 총17조원중 지난해 털어낸 것이 고작 8조원에 불과한 데다, 대우계열사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지연시 보유자산의 부실이 심화할 우려도 커 이같은 전망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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