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자폐아를 가진 부모들과 상담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런 부모들은 대개 자신의 아이가 말이 늦고, 불러도 반응이 없는 편이며, 눈맞춤이 잘 안되고, 혼자 노는 경향이 많다고 호소한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혹시 자폐증이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물론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어를 포함해 여러 면에서 발달이 늦은 경우는 자폐증 외에도 발달성 언어장애 등 몇 가지 다른 유사한 질환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법을 강구해야 한다.
아이가 매우 어린 경우엔 이런 발달장애들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필자는 자녀가 말이 늦다고 인터넷으로 물어오는 부모들에게 청력검사를 우선 하고 나서 그 다음 단계의 상담을 받으라고 권한다. 중이염 등으로 청력이 떨어져 언어발달에 장애를 겪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33개월된 아들을 데리고 온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말이 늦고 눈맞춤도 잘 안된다며 자폐증 여부를 감별해달라고 했다. 1시간 정도의 상담과 노는 모습을 관찰한 뒤 조심스럽게, 그러나 명확하게 아이에게 자폐증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물론 엄마는 망연자실해 한동안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개원 초기에는 자신의 자녀가 자폐아라는 사실을 알고 받게 될 심리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폐증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신 우회적으로 부모에게 이런 내용을 신중하게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부모에게 아이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 주지 않을 때는 자신의 자녀가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거나,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여기는 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로는 가능한 한 명확하게 아이의 증상을 설명해 준 뒤 부모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위로하고 있다.
의사의 노력 못지 않게 이미 자폐아를 키우고 있는 다른 부모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새로 진단받은 부모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함께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설명해 준다면 초기의 혼란을 빨리 극복하고 아이의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신석호·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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