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놓고 민국당과의 벼랑끝 승부를 시작한 한나라당이 대회전 첫판에서 완벽한 뒤집기승을 거뒀다. 전날 늦은 밤까지도 민국당쪽에 기울었던 정의화(鄭義和)의원이 2일 한나라당 잔류를 선언한 것. 전화위복(轉禍爲福). 허를 찔렸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다.반면 이날 오전까지도 정의원의 합류를 믿고 있었던 민국당은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던 기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망연자실했다. 한나라당 해운대·기장갑 공천자 손태인(孫泰仁)위원장이 민국당으로 향하다 U턴한 것도 신당으로서는 뼈아프다.
정의원은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지구당 당직자, 협의회 간부들과의 마라톤 논의 끝에 한나라당에 남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이회창(李會昌)총재,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의 끈질긴 설득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정의원의 탈당이 몰고 올 파장을 염려한 부산 의원들이 자기 일처럼 팔 걷고 나선 것도 정의원이 마음을 돌리는 데 큰 힘이 됐다. 부산 의원들은 1일 오후 부산으로 돌아오는 정의원을 부산역까지 마중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국당은 두 사람의 급선회를 「소(小)전투에서 진 것」일 뿐이라고 자위하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부산 대첩(大捷)」으로 부르고 있다. 초반 기세 싸움에서 상대를 깨끗하게 제압, 『이미 승부가 끝났다』고 말할 정도다.
현지 여론도 한나라당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발표된 부산 국제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표밭 잠식의 징후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지금의 기세를 몰아간다는 계획. 9일 부산에서 필승결의대회를 열어 확실하게 텃밭 울타리를 치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사그라드는 민국당 바람을 완전히 잠재우기 위해 부산 대회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정은 어렵지만 민국당으로서는 결코 부산을 포기할 수 없다. 기댈 언덕이라고는 부산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역구 의석을 건질데라곤 부산밖에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민국당은 5일 부산에서 사상, 서구 등 5개 지구당 창당 대회를 동시에 열어 다시 한번 바람몰이에 나선다. 한편으로는 끈질기게 상도동을 노크할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움직여주기만 한다면 전세를 한순간에 뒤집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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