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미국에 머물렀던 어떤 분에게서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의 숙제를 보니 대통령 후보들의 TV 토론을 보고 조세에 대해 어떤 얘기를 어떻게 하는지 조사해 오라는 것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멀리 미국의 예를 들지 않아도 좋다. 우리 교육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건전한 의식과 판단력을 가진 민주시민의 육성이다. 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가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안이고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른 판단력을 가지고 참여해야 할 핵심적인 사안이다.
더구나 자신이 속한 지역 공동체의 과제를 책임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대해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학생들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후보를 판단해야 하는가」를 교육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교조가 실시하려는 「민주주의와 선거」라는 주제의 공동수업은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총론, 무엇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가, 유권자로서 올바른 권리 행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교육하겠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거명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는 지적이 있다. 이는 교육방법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이다. 계기학습과 체험학습은 적극 권장되고 있는 교육방법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경제사정을 얘기해 주고 물자절약을 위해 노력할 것을 교육할 때 학생들이 현실감있게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선거에 대한 학습을 통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교육은 선거 때 해야 한다.
학기 초 학급임원을 선출한다. 학생회 선출도 한다. 선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울 때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도 올바른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학생들을 판단력 없는 어린 아이들로만 보지 말자. 중학교 3학년 사회교과서는 『시민 모두가 민주 정치의 주인이라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또 공동체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는 데에 필요한 자질과
태도를 길러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교과서 따로, 현실 따로인 교육관으로 학생들을 재단한다면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교육목표는 구호로 끝난다.
/이경희 전교조 대변인
■반대
교원단체의 정치수업은 일종의 정치활동으로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에 저촉된다. 물론 전교조는 낙천·낙선운동의 당위성까지만 수업을 하고 공천반대 대상자 면면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낙천·낙선운동의 의미를 일러주는 것 자체가 엄연한 정치활동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민주주의라는 말을 수없이 해왔지만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전반에 걸쳐 잘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몸으로는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서이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교사와 행정가부터 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지나간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전제 밑에 전교조가 학생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불법이라는 지극히 비교육적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가리키려는 행위는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비록 교육내용이 민주주의라고 하더라도 방법 자체가 비민주적일 때 결국은 비민주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금지된 사항을 억지로 행한다는 것은 「악법도 법」이라고 하는 이념에 비춰볼 때 옳지 않다. 만약 꼭 해야한다면 그런 수업이 가능하도록 법개정운동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아울러 교육계나 사회의 통념 상 교원노조가 학교 내 활동을 지나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정상적인 노조활동이라면 모르겠지만 학생들을 상대로 현실 정치에 관련된 수업을 하는 것은 교원노조가 통상적으로 벌이는 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
이와 함께 정치수업은 특정 정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모든 정치활동은 그 명분이 무엇이든 정파의 이해에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립을 유지한다고 하지만 정치수업 자체를 정파적인 행동으로 해석하는 측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한가지 지적돼야 할 것은 학생을 매개로 해서 어른들이 만족을 얻으려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교사가 할 일을 오직 학생들에게 옳은 것만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다.
/박상호 성신여대 명예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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