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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마이클만 감독의 '인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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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마이클만 감독의 '인사이더'

입력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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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우리는 거대한 악(惡)을 보지 못하고 작은 선(善)이나 정의에 감동한다. 인질범의 인간적 대우에 감복해 인질이 그를 동조하는 「스톡홀름 신드롬」도 이런 오류가 낳은 현상일 것이다. 작은 선에 속아 거대한 악의 존재를 잊을때, 악은 자신의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한다.할리우드 영화들이 수없이 휴머니즘과 정의를 외친다. 그 외침이 때론 미국의 부패와 폭력성과 야만성을 정면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참회의 눈물도 흘린다. 언제나 정의가 승리하고 미국은 그 정의를 존중하는 나라라고. 그것을 담는 영화는 더욱 세련되고 치밀하고 아름답게 포장된다. 그리고 마치 전염병을 퍼뜨리듯 미국 국민부터 열광한다. 아카데미가 추켜 세우고, 그것을 맹종하는 타국의 영화팬들이 덩달아 「작품성」을 들먹이며 영화 속환상에 함몰되면 악의 존재는 망각된다.

우리가 베트남 전쟁에서의 미군의 야만성을 「전쟁의 사상자들」에서 한 군인의 용감한 고발로 씻어내고, 걸프전의 성격을 「쓰리 킹스」에서 군인들의 인도적 행동으로 이해한다면 할리우드는 흥행 이전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우리는 흑인과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인디언 학살에 대한 비판을 잊고 「단테스 피크」에서 강아지 한마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모습을 보고 박수를 친다. 「플래툰」의 참회의 눈물을 보고 미국의 양심을 부러워 한다.

마이클 만 감독의 「인사이더」(11일 개봉)는 올해 아카데미 7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아메리칸 뷰티」에 이어 두번째 최다 후보작이다. 미국은 이 영화의 용기와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20개월째 재판이 진행 중인 실화를 소재로 만들었으며 소재가 미국 담배회사의 치명적인 비리와 약점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브라운 & 윌리암슨의 연구개발부 책임자 제프리 와이갠드 박사(러셀 크로우)가 판매를 높이기 위해 인체에 치명적인 암모니아 화합물을 넣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비밀 엄수 서약서를 어기면서까지, 협박에 시달리면서까지 그는 진실을 위해 나서고, CBS 시사프로그램 PD 로월(알 파치노)은 해고위기에 처하면서도 사명감을 갖고 보도에 매달린다.

「인 사이더」가 더욱 감동적인 것은 약자가 거대한 강자와 맞서 정의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양심과 진실의 승리.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숭리이다. 세계에 강압적으로 자신들의 담배를 침투시키는 거대한 악어가 흘리는 눈물이다. 우리가 그 눈물에, 눈물을 짜내게 하는 할리우드의 솜씨에 덩달아 감탄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미국담배회사의 비리를 고발하는 「인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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