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심장은 비록 남의 것이지만 이 곳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미프로골프(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한 골퍼가 투어무대에 데뷔했다. 12세때 한 여자아이의 심장을 이식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에릭 컴튼(20·사진). 컴튼은 2일 밤(한국시간) 자신의 고향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도럴골프리조트(파 72)에서 개막한 도럴라이더오픈(총상금 300만달러)에 스폰서 초청자격으로 참가, 밤 11시9분 10번홀에서 제이 윌리엄슨, 브라이언 게이와 함께 티오프했다. 감격적인 생애 첫 프로무대.
『어렸을 때 그렉 노먼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뛰어놀던 이 곳에서 경기를 하게 돼 가슴이 무척 설렙니다. 컷오프라도 통과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야구와 농구를 좋아했던 컴튼이 심장에 이상을 느낀 것은 9세때인 1989년 가을. 심한 독감을 앓은 뒤부터 심장에 말할 수 없는 통증이 엄습,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진단결과 바이러스성 심장확대증.
심장이 계속 조금씩 확대되다 어느 순간 멈춰버리는 무서운 병이었다. 결국 3년후 심장이식수술을 받아 겨우 살아났고 이때 의사들의 권유로 장기이식환자들의 골프게임에 참가, 난생 처음으로 골프채를 만져봤다. 『다른 환자들이 골프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정상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컴튼의 골프실력은 무섭게 성장했다. 각종 주니어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마이애미 팔메토고교 재학시절인 1998년 마침내 미국주니어랭킹 1위에 올라 미국아마추어골프협회(AJGA)에서 주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같은 해 가을에는 명문 조지아대에 골프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지금도 하루 12알씩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컴튼은 『림프종이라는 병마와 싸워 결국 소니오픈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폴 에이징어를 가장 존경한다』며 『내 얘기가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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