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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나인 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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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나인 야드

입력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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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코미디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대사 한마디 혹은 한 신(Scene)이 재미있는가 , 있을까말까 한가, 전혀 없는가에는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미세한 차이가 있다. 나의 역할은 관객의 입장에서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해 내고, 그 아이디어에 적절한 속도감과 에너지를 주입시켜 특별한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돈가방을 든 수녀」 「나의 사촌 비니」의 조너선 린 감독은 이 말을 충실히 실행했다. 「나인 야드」(The Whole Nine Yards·엄청난 행운)에는 세가지 즐거움이 있다. 개성이 살아있는 등장인물, 재치와 의외성으로 엮어놓은 행동과 대사, 유쾌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해피엔딩. 조금만 과장해도 황당하고, 조금 잔인하면 역겨우며, 조금만 억지를 부리거나 박자가 안 맞아도 상투적이 되고마는 그 「조금」을 「나인 야드」는 범하지 않았다.

「식스 센스」를 시작으로 하드보일드 액션배우에서 탈피한 브루스 윌리스는 킬러 지미로서 능글맞지 않고 능청스러우며, 매튜 페리가 맡은 치과의사 오즈는 순진하고 겁이 많지만 일부러 바보를 자청하지는 않는다. 교활하지만 푼수끼 있는 오즈의 아내(로잔나 아퀘트), 미모의 지미 아내 신시아(나타샤 헨스트리지), 아버지 복수로 지미를 죽이려는 성마른 갱 야니(케빈 폴락), 막무가내 킬러가 된 오즈의 비서 질(아만다 피트)이 이들과 어울려 1,000만 달러를 놓고 웃음과 긴장과 반전의 사슬을 엮어낸다.

「나인 야드」는 모두 돈을 차지하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죽이려 하는 상황의 한복판에 놓인 순진하고 착한 오즈의 반응에 주목한다. 야니 앞에서의 공포, 신시야 앞에서의 설레임, 지미 앞에서의 당황하는 오즈의 모습은 찰리 채플린처럼 희극적이다. 그러나 그 희극이 단순한 웃음에 머물지 않고 시나브로 자신과 관객을 사건 속으로 끌어들이고 사랑과 용기란 종착역에 다다르게 한다.

「나인 야드」는 장르나 소재나 주제가 새로운 영화는 아니다. 자칫하면 타란티노의 아류나 변형물이 될 뻔한 영화였다. 그러나 인물의 상호 연결성에서 부터 마지막 반전까지 철저히 계산된 구성과 코믹성으로 그 위험성을 벗어났다. 정말 머리카락 한 올 차이다. 11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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