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참석에 이어 취임후 두번째로 유럽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일 오후(현지시간) 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에 도착, 이탈리아 국빈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김대통령은 13시간의 비행에도 불구하고 숙소인 그랜드호텔에서 2시간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대통령궁에서 카를로 아젤리오 참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공식환영식 정상회담에 앞서 김대통령은 대통령궁 앞 퀴리날레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두 대통령은 양국 국가 연주에 이어 기마병과 밴드가 포함된 의장대의 화려한 사열을 받았다.
정상회담 대통령궁 브론지노 홀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시종 우의가 넘쳤으며 특히 참피 대통령은 『한국 국가원수로는 처음 이탈리아를 방문한 분이 김대통령』이라며 우호적 자세로 대했다. 양국 정상은 3일 김대통령과 마시모 달레마 총리와의 회담이 예정돼 있어 세부적인 논의는 미루고 한·이탈리아, 한·유럽간 경제협력과 남북관계 등에 대한 큰 틀의 논의를 했다.
김대통령은 서방선진국 중 이탈리아가 북한과 처음 수교한 국가임을 상기시키면서 북한과의 접촉에 앞서 우리와 충분히 상의하자고 권했다. 김대통령은 또 북한이 미·일·유럽국가들과의 접촉을 강화하면 한국이 고립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참피대통령도 전적인 동의를 표시하면서 앞으로 이탈리아는 남북대화가 이루어지는데 성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공항 출발 김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서울공항 환송행사는 10여분간 간략하게 치러졌다. 김대통령은 출국 인사말에서 『취임 이래 미국, 일본, 러시아, 동남아시아를 다녀왔고 이번에 유럽을 방문함으로써 전방위 외교의 큰 틀을 짜게 됐다』고 이번 유럽 방문의 의미를 부여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이탈리아가 북한과 수교할 때 「북한이 우리를 보리밥 만들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 데, 북한이 남한과 반드시 대화하고 협력해야만 이탈리아 등 모든 나라와 협력이 가능하다」고 이탈리아측에 얘기한 바 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협력을 측면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우리나라는 작년 무역흑자의 30%를 EU에 의존했고, 외환위기때는 EU가 앞장서 도와줬다』며 『EU와의 경제협력을 강화, 국가이익을 증진시키겠다』며 세일즈 외교에 중점을 둘 방침임을 밝혔다.
공항에는 박태준(朴泰俊)총리 내외를 비롯,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 등 당정인사 20여명과 방문국 대사들이 나와 환송했다.
/로마=이영성기자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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