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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돈없으면 대접 못받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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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돈없으면 대접 못받는 나라

입력
200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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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로 처음으로 창원에 갈 일이 생겼다. 애초 돌아올 여비까지 준비했으나 예상치 않은 비용이 들어 저녁에 창원역에 도착해보니 차삯이 턱없이 부족했다. 값싼 비둘기호도 없고 거기로 시집간 친척의 전화도 불통이고 체질상 현금카드는 소지하지 않는 터라 차비없어 난감하기는 난생 처음이었다.부득이 역부근 파출소를 생각해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귀향차비만 어떻게 해주면 도착해서 갚겠다는 내용을 말했더니 신분증을 확인하고 역과 통화를 하더니 「무임승차 의뢰서」라는 것을 작성해주었다. 지금 가면 막차라도 탈 것이라면서 새벽에 내려서 갈 차비는 있느냐고 친절히 물어봐 달라진 경찰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멀쩡한 사람이 객지에서 차비없어 동정받는 처지로 전락한 데 대한 계면쩍음을, 「병역의무를 만기로 채웠고 최근에 끝난 민방위 의무까지 얹으면 내가 시민으로서 위기에 처했을 때 한 번쯤 국가의 은혜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논리로 애써 무장을 하고 경찰의 동행안내까지 받아가며 창원역 개찰구로 갔다. 내일 아침 일찍 일을 나서야 하므로 단 5분이 급했다.

그런데 들어가는 줄에서 내가 내민 것을 역무원이 보더니 핀잔투로 『한 30분 더 기다려서 한 등급이 낮은 걸로 타고 가라』고 했다. 병역의무고 뭐고 묘한 기분을 씹으며 역사 한쪽에서 기다렸다가 기차를 탔다. 도중에 본 노숙자들은 입지가 무기력하다는 점에서 어쩌면 나와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새벽에 서울 영등포역에 겨우 도착하여 나가려니 출발지와 마찬가지로 몽니를 당하였다. 그 역무원도 경찰에서 작성한 것을 보더니 『이것은 미리 사모님에 연락하여 돈을 들고 출구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면 처음부터 「후불 의뢰서」라고 했어야지 뒤늦게 목을 누르는 것은 국가 서비스 조직이 허술함을 드러낼 뿐이고 그 직원의 청렴도까지 의심스러웠다.

조금 있다가 출구를 나오기는 했다. 최근 철도부분도 구조조정으로 요란해질 조짐이다. 이번에 내가 체험한 것만으로도 개혁을 해야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반성할 점이 있지만 적어도 경찰이 한 시민의 딱한 사정을 듣고 편의를 의뢰했으면 그 권위를 타 국가기관에서 인정해 줘야 국가의 체면이 살지 않을까. 물론 악의의 무임승차자들 때문에 선의의 사람도 의심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운영의 문제이다. 우리는 얼마나 그리고 언제까지 이런 불신과 무질서에서 오는 고통을 더 감내해야 서로의 행복을 인정해주며 함께 믿고 살 수 있게 될까.

/노성대 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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