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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금융기관 예금인출 사태땐 강제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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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금융기관 예금인출 사태땐 강제폐쇄"

입력
200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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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대우채 환매문제가 매듭되자 마자 금융계에는 2차 금융빅뱅을 앞두고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계는 강자만 살고 약자는 쓰러지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할 전망이다. 또 증권시장 균형발전, 투신사 구조조정,대우 워크아웃 마무리 등 금융현안이 산적해 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면서 금융·재벌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용근금융감독위원장을 만나 정부당국의 정책방향을 들어봤다.

대담 ; 이백만 경제부장

-2차 금융빅뱅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금융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시겠습니까.

『분명히 말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추진했던 1차 금융구조조정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일체 간섭하지 않을 것입니다. 금융기관 스스로의 판단에 맡길 것입니다. 관치금융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시장에서 버림받은 금융기관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2차 금융빅뱅의 주체는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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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은 손 놓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까.

『그런 뜻이 아닙니다. 구조조정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여건을 정비할 것입니다. 정부 역할은 이것 밖에 없어요』

_마땅히 자동퇴출되어야 할 금융기관이 배째라는 식으로 버티면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자율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정부는 시장을 관리할 의무가 있습니다. 시장질서를 방해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시장에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목되어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질 경우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입니다. 강제로 문을 닫게 하고 고객의 예금문제를 처리할 방침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시장질서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금융기관 합병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정부당국이 비밀스럽게 거중조정을 해주기도 하는데….

『정부당국이 제3자의 입장에서 얼마든지 거중조정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간섭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해당 금융기관에 이익이 된다해서 반드시 국가경제에 플러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2차 금융빅뱅을 앞두고 여러 은행들이 리딩뱅크(선도은행)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이 생각하고 있는 금융산업 개편방향은 무엇입니까.

『이미 구조조정 태풍이 거세게 불고 있어요. 하루가 다릅니다. 시중자금이 부실은행에서 우량은행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지요. 무역규모 등 실물부문에서는 한국이 세계 15위권입니다. 그러나 금융부문은 아주 낙후되어 있어요. 실물부문에 걸맞게 세계 100대 은행수준의 리딩뱅크가 자연히 탄생할 것입니다. 1-2개의 우량 대형은행이 금융산업을 리드하고 중간 사이즈의 은행이 3-4개 생길 것으로 봐요. 그리고 나머지는 지역특화은행이나 전문은행으로 존속되지 않겠습니까. 금융권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와 노조지도자는 시장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합니다. 시장이 주도하는 개혁은 정부주도의 개혁보다도 더 고통스럽습니다. 하소연할데도 없어요』

-은행 주총시즌입니다. 은행장 선임 등을 둘러싸고 말이 많습니다.

『국민은행장 선임문제와 관련한 질문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정부가 특정인을 미리 낙점해 놓았다는 말은 낭설입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발상을 하는 것인지…. 다만 국민은행과 한국금융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새 행장을 맡아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두고 보십시요. 국민은행 노사는 물론이고 금융계가 수긍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에 의해 새 행장이 선출될 것입니다. 은행장 선출의 새로운 모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주식이야기로 넘어가죠. 요즘 어디가나 온통 주식이 화제입니다. 코스닥시장은 날개를 달고, 거래소시장은 무기력한 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 않습니까.

『벤처기업이 몰려있는 코스닥시장에 투자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코스닥과 거래소가 균형발전하는 것입니다. 거래소시장도 경쟁력있는 시장으로 변신하도록 각종 개혁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요. 관계기관에서 순차적으로 발표될 것입니다』 _거래소상장 기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주주의 가치를 우선하는 경영에 소홀히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거래소의 침체는 업보(業報)입니다. 시장은 정직합니다. 그리고 냉정해요. 시장을 우습게 여긴 기업을 시장이 좋아 하겠습니까. 기업의 오너들도 주주권강화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사주매입후 소각등을 추진할 경우 관계법령 정비등을 통해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금리동향이 심상치 않습니다. 금리가 치솟을 경우 대책이 있습니까.

『정부는 저금리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입니다. 만약 외부요인에 의해 금리가 치솟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금리를 안정시킬 것입니다. 한국은행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벌개혁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IMF체제를 계기로 상위 4대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이 더 심화됐는데….

『나는 반재벌도 친재벌도 아닙니다. 모든 재벌에게 투명한 경영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오너들도 「하고싶은 기업」이 아닌, 「되는 기업」을 경영해야 합니다.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식은 이제 지양해야 합니다. 차입에 의한 중복·과잉투자는 강력히 규제할 방침입니다』

-삼성·교보생명 등 생보사 상장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생보사 공개및 상장문제는 늦어도 6월까지 매듭짓도록 하겠습니다. 쟁점이되고 있는 보험계약자 지분문제는 이달중 외국 유명기관에 용역을 맡겨 이를 토대로 결정할 생각입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이용근 금감위장 특별인터뷰] "자율합병이 생존 열쇠"

『경쟁력이 취약한 금융기관들은 생존의 수단으로 자율적인 합병 또는 업종전환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용근 위원장은 금융기관이 임박한 2차 금융빅뱅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위해선 자발적인 통폐합및 합병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정부와 감독당국 주도로 이뤄졌지만 올해는 시장이 중심이 되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장자율에 의한 금융빅뱅을 촉진하기위해 「멍석」을 깔고, 제도를 정비하는 등 인프라개선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시장에 의한 금융빅뱅은 지난해 1차때보다 더욱 가혹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특히 『예금보호축소, 금융지주회사의 도입, 금융겸업화 촉진등의 제도개선과 디지털경제, 사이버금융거래 시대의 도래 등으로 금융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 퇴출대상으로 낙인찍힌 금융기관의 노사가 결사저항하여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질 경우 이들을 시장방해세력으로 간주하여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량금융기관도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 전략적 합병, 업무제휴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거나 특정업무분야로 전문화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생존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빅뱅으로 은행의 경우 국제적인 규모와 경쟁력을 갖고 국제업무를 주도하는 수개의 리딩뱅크(선도은행), 소매금융및 중소기업 금융, 투자금융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전문화은행,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소규모은행등으로 다원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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