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재산변동내용을 공개하자마자 고위공직자들의 「주식 재테크」문제가 도마위에 오르자 정부 공직자윤리위와 행정자치부 등의 관계자들은 크게 당혹한 표정이다. 현행 공직자 재산공개제도는 주식투자과정을 밝혀내는 데 「장님」과 가깝기 때문이다.신고내용를 검토해온 관계자들 가운데도 일부 고위 공직자에 대해선 『해도 너무했다』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의혹이 있더라도 이를 조사할 주체도 권한도 없다.
우선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들이 보유주식과 전년도 종가를 기준으로 한 평가총액을 자진신고토록 할 뿐 언제 어떻게 매매했는지는 알 수 없도록 돼 있다. 직무관련 정보를 이용했지 여부는 물론 맹점이다.
설사 알더라도 이를 밝혀내는 것은 공직자윤리위의 권한 밖이다. 법은 공직자들의 자진신고를 유도한다는 원칙 아래 신고서류의 성실성 여부만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으며, 신고하지 않은 주식거래 내역을 조사할 수는 없다. 부동산 및 금융기관 조회로 신고내용을 검증할 수는 있으나 주식거래를 실사할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서류검토도 행정자치부 윤리과 직원 10여명이 609명의 고위공직자, 비공개 등록대상인 2급이하 공직자 4,800여명을 맡고 있다.
윤리위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불성실 신고자에 대한 고발여부를 결정하지만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 중 기획예산처·법무·행자·교육차관 등 4명이 정부의 당연직 위원이다.
때문에 98년도에 재산증식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에도 주식투자 등으로 1억원 이상 재산이 늘어나 논란의 대상인 최종찬(崔鍾燦)기획예산처차관이 스스로 재산증식의 정당성을 심사하게 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로 투자할 경우 사실상의 「내부자 거래」이며 기업측에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알려줬을 경우 실질적인 「뇌물」이 되지만 이를 방지하고 처벌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형성된 셈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반부패법도 부패방지 위에 이른바 「제3조사권」을 부여하느냐 여부를 놓고 여야간에 논란이 벌어진 끝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공직자들의 비도덕적인 주식 재테크를 막기 위해 부처별 내규강화 및 공직자윤리법의 보완 등 대책을 추진키로 했으나 이 경우에도 조사와 처벌을 관할할 기관의 권한이 확립돼야 실효성을 얻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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