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얼마나 더 길에 나와야 상흔이 사라질 수 있을지요…』92년 1월8일부터 일본군 위안부출신 할머니들이 매주 계속 해온 「수요집회」가 3·1절인 1일 400회를 맞았다. 이날 낮12시 일본대사관이 있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소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어김없이 쌍둥이 딸(10)들의 손목을 잡고 나온 홍옥주(洪玉主·41·여)씨는 매번 그랬듯 또 목이 메었다.
홍씨가 딸들과 수요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한 건 1997년초. 작은할머니가 위안부로 끌려갔었다는 얘기는 어린시절부터 가슴에 박힌 응어리였다. 『생활에 쫓겨 마음만 갖고 있다 그때 처음 집회장소를 찾았어요』 그뒤 홍씨는 3년간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집회에 나왔다. 홍씨는 그동안 써두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를 다룬 시를 모아 올해 안으로 시집도 낼 계획이다.
방학 때면 엄마 손을 잡고 집회에 참가해온 딸 소지와 연지는 그날 그날의 느낌을 일기장에 꼼꼼히 적어놨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왔는데 그 비가 할머니들의 눈물처럼 느껴졌다』(99.7.28) 『오늘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에 갔는데 나는 엄마말처럼 할머니들께서 일본이 사죄할 때까지 살아 계셨으면 좋겠다』(99.7.22)
피해자 김윤심(金允心·71)할머니는 『귀여운 소지와 연지가 사는 세상에선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본정부가 머리 숙여 사죄할 때까지 항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400회째 집회에는 피해 할머니 12명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공동대표 김윤옥·金允玉) 등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학생 400여명이 참여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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