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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지도 완성...난치병퇴치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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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지도 완성...난치병퇴치 눈앞

입력
200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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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앞으로 2개월후 인간의 유전표지인 게놈(Genome) 해독 작업의 완성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클린턴 대통령의 발언은 인간 생체의 비밀을 밝힐 유전자 지도가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갔고, 이 분야에서도 미국이 선도하고 있음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체의 비밀을 푸는 「게놈 프로젝트」의 핵심인 유전자 지도는 21세기 생명공학의 전초이다.

그 파급 효과는 이루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3,000메가 바이트, 책 수천권 분량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 어떻게 사람이 사람 모양으로 생겨나는지, 생물학적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 볼때 이같은 유전자 정보는 피부색깔과 키는 물론이고 노화의 정도 까지 조절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개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른 「맞춤 의약품(Personal Drug)」의 개발도 가능해 진다.

유전자 지도는 특히 난치병 치료 분야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정상 유전자와 질병 유발 유전자에 관한 데이터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유전 정보는 불과 우표 크기의 DNA 칩에 담긴다. 사람의 세포 하나를 떼어내 유전자 칩에 반응시키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드러난다. 만약 비정상 유전자가 발견되면 건강한 유전자로 대체해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요법이 유전질환, 후천성질환, 신경·근육질환, 낭포성섬유증, 에이즈 및 일부 심혈관 질환과 암을 치료하는데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지도의 완성이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 만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이들 정보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말뚝을 먼저 박는 사람이 땅의 임자가 됐던 18세기 서부개척 시대가 21세기 생물학 분야에 재현될 조짐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류 공동의 재산을 특허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유전공학 및 제약업계는 『거액의 투자에 대한 대가는 당연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996년 2월에 열린 인간게놈프로젝트 국제전략회의는 『사회에 대한 혜택을 극대화하고 연구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인간과 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무료로 공개한다』고 선언했지만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한 규약이 없다.

여기에다 유전정보가 공개되면 인간에 대한 유전적 차별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논란의 촛점이 되고 있는 「유전자 프라이버시권」문제이다.

개인과 가족의 유전적 질환 때문에 생명보험 가입이 좌절되거나 취업에 실패할 수도 있다. 더구나 미완성 유전 정보가 난립할 경우 인간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이 될 수도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게놈이란…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 생물체의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을 담고 있는 그릇으로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1920년 미국의 H 윈클러가 처음 사용했다.

DNA는 인간의 세포핵에 있는 23쌍의 염색체에 나뉘어 담겨있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는 아데닌(A) 티닌(T) 구아민(G) 시토닌(G) 4종류. DNA를 모두 풀어놓으면 길이가 1.8㎙쯤 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염기는 30억개 이상. 유전자는 염기 구조의 세포내 역할을 의미하는 기능적 단위이다. 인간생체에서 기능을 갖는 유전자는 10만개 정도. 유전자에 따라 키, 피부색이 결정되며 염기배열의 돌연변이로 질병이 생긴다. 게놈 프로젝트는 염기 순서를 밝히고 그것을 지도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정부-벤처기업 게놈해석 경쟁

미국·일본 등 선진국 정부와 벤처기업의 인간게놈 해석 경쟁이 치열하다.

인간 유전자 정보를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는 국제적 공동노력과 달리 벤처기업은 유전자 특허를 획득, 노다지를 캐려는 열의에 불타고 있다.

출발은 정부측이 앞섰다. 미국은 1990년 국립위생연구소(NIH)를 중심으로 한 15년 계획의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나섰고 일본과 유럽 각국의 국책연구소가 동참했다. 23쌍의 인간염색체 가운데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22번 염색체의 유전자 정보가 완전히 해독됐고 21번 염색체의 해독도 끝나간다.

그러나 1998년 5월 「셀레러 제노믹스」의 설립으로 막오른 벤처기업의 추격 속도는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셀레러 제노믹스나 인사이트 퍼머슈티컬 등 미 벤처기업은 벌써 98% 해독을 마쳐 올해중 100% 해독에 어려움이 없다. NIH 등 핵심연구소 출신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확보한 데다 대량의 자동해석 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부·민간이 갖춘 해석기가 45대 정도인 반면 셀레러사는 300대를 갖추고 있을 정도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염색체의 전체상을 해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벤처기업은 단순한 염기 배열의 파악에 매달리고 있다는 차이도 있다. 벤처기업은 일단 염기 배열을 파악한 유전자의 특허를 신청하고 있어 정부측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완성 목표일이 2003년으로 앞당겨진 것도 이 때문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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