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자동차의 천국이다. 동서남북으로 뚫린 도로망은 사통팔달 안 닿는 곳이 없다. 외지인이 렌트카를 타고 지도에만 의지해도 거의 모든 곳을 돌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제주도에는 굵은 도로도 많지만 샛길도 만만치 않다. 섬을 한바퀴 도는 간선도로인 12번 국도가 실핏줄처럼 가지를 친 수많은 해안도로는 특히 바다의 절경을 감상하는데 그만이다.북제주군 애월읍 귀일리-애월항 해안도로는 한가로운 휴식을 취하며 이 곳 원주민의 본래 생활을 구경할 수 있는 길. 공항에서 가깝지만 대부분 지나치는 길이어서 외지인에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제주의 젊은이들에게는 꽤 인기가 있다. 섬을 떠날 때 비행기 탑승시각보다 2-3시간 쯤 서둘러서 한 번 쯤 들러볼 만하다.
공항에서 12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약 5㎞를 달리다가 오른쪽의 아세아방송국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한다. 차 두 대가 겨우 교행할 수 있는 좁은 시멘트 포장길을 약 400㎙ 지나면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포장해 놓은 왕복 2차선 도로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애월항까지의 약 5㎞구간이 바다와 맞닿아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종이시계, 마귀할멈이 탄 빗자루 등 개성있는 이름의 카페가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고, 바다 쪽으로는 제주도 특유의 검은 현무암 바위가 펼쳐진다. 절벽처럼 깎아지른 검은 바위는 넓은 마루판이 되었다가, 어느 새 농구공만한 호박돌로 변하는등 길을 따라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자그마한 포구가 드문드문 있다. 돌을 쌓아 수영장처럼 울타리를 친 정박시설과 그 곳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는 작은 어선의 모습이 그림처럼 정갈하다. 물질을 하는 해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해녀가 물에서 나와 보따리를 끌러놓을 때를 구경한다면 행운. 전복 해삼 소라 등 제주의 풍성한 바다가 펼쳐진다. 길 곳곳에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는 포장마차형 횟집이 있다. 차를 세우고 제주의 풍미를 비교적 값싸게 즐길 수 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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