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한 중국내 한국인 납치 사건에서 「환치기범」를 통해 몸값이 전달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들의 납치조직에서의 역할과 환치기수법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경찰은 1일 귀국한 장낙일(32)씨의 주장대로 이들이 단순한 「몸값전달」 통로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납치에 깊숙히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잇다. 경찰은 이들의 정체와 역할, 환치기 수법을 밝혀내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환치기 실태
경찰은 중국 내 한국유학생이나 불법체류중인 재중동포의 중국송금, 신용장거래가 어려운 수출업체의 대금확보 등에 환치기가 이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을 통한 송금은 수속이 복잡하고 1-2개월가량 걸리는 탓에 즉시 입·출금이 이뤄지고 거래내역이 드러나지 않아 탈세까지 가능한 환치기의 유혹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외환거래는 9,039억원으로 98년에 비해 9배나 급증했다.
실제로 납치사건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환치기범들의 국내 계좌에는 몸값 외에도 D, I, M사 등 국내 중소무역업체나 보따리상들의 수출입대금도 수시로 입·출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탈북자 조명철(41)씨와 유학생 송모(31)씨 납치사건에 관련된 재중동포 박연화(32·여)씨는 지난해 6월 이후 하루에 3명꼴인 760명과 거래했고, 4건의 납치사건에 연루된 한모(61)씨가 지난해 12월20일 개설한 계좌에도 117명과의 거래내역이 발견됐다.
중국 베이징(北京)대에 유학중인 이모(29)씨는 『재중동포들이 보는 한글신문에는 「신원 불문」「한·중 송금환영」 등 광고가 많이 게재된다』며 『환차익이 많아 유학생, 사업가 할 것 없이 환전상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치기 수법
환치기를 통한 몸값 전달은 중국 내 피해자의 송금요청을 받은 국내 친지가 국내 환치기 일당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입금사실을 연락받은 중국내 환치기상이 입금액수에 해당하는 위안(元)화나 달러 등을 납치조직에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환치기범 일당은 1만원당 300원 또는 총 거래액수의 2~5%까지의 수수료를 입·출금 때 마다 받아낸다.
이처럼 환치기에는 직접 돈이 오가지 않기 때문에 장낙일씨와 장씨의 어머니 한모(61)씨의 경우처럼 전화 한 통으로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에 각각 수 백명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환치기범들은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돈세탁까지 하고 있다』며 『거래과정에서 신원확인이나 송금이유등을 묻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또다른 납치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황종덕기자
lastrad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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