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통신의 발달은 삶의 형태를 빠르고 무섭게 변화시키고 있다. 신이나 군주, 권력이나 부, 아름다움과 미의 상징으로 간주돼 온 예술의 표현방식도 예외는 아니다.정지돼 있는 평면이나 입체 조형물에서 눈의 착각에 의해 율동감을 느끼게 하는 옵아트, 스스로 혹은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컴퓨터와 같은 첨단장비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아트, 그리고 관람객의 조작이나 동작을 감지하고 변화하는 인터액티브 아트, 가상의 현실을 체험케 하는 VR(가상현실)의 작품, 인터넷을 사용한 웹 아트 등,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형태의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숯이나 그을음, 연필을 사용하던 드로잉에서 돌가루나 염료를 가공한 수채화, 유화, 그리고 유화가 인체에 유해하고 오래 작업해야 하는 단점을 보완한 아크릴릭 물감이 개발됐다. 이제는 연필도 붓도 종이도 필요없다. 붓을 씻거나 물감이나 종이를 구입할 필요도 없다.
그저 컴퓨터에서 원하는 색상과, 굵은 연필이나 가는 연필 혹은 붓 등 원하는 도구를 클릭만 하면 된다. 그리고 컴퓨터에 저장해 두면 된다. 작품을 보관할 온도와 습기가 적당한 공간도 필요치 않다. 때가 타거나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며 크기도 마음대로 조절하고 세계 어디든지 보내줄 수도 있다.
시대가 바뀌고 매체가 다양해져도 변치 않는 게 있다. 필자는 10년 이상 계속 걸어 놓고 보는 나이브 화가의 판화작품이 있다. 예쁜 꽃들이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자랑이라도 하듯 정면을 향해 나열돼 있고 나란히 정렬된 색색의 집들, 둥글게 붕붕 떠있는 구름 등 화사하고 환상적인 작품이다.
원근법에는 전혀 맞지 않지만 10여 년을 매일 보는데도 싫증이 나기 보다는 볼 때마다 새롭고 신선하며 많은 것을 꿈꾸고 상상하게 한다. 명화란 평면이면서도 내적 공감을 느끼고 교감하는 이런 것이 아닐까.
이래서 예술은 영원하고 좋은 작품은 볼수록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한다. 영원한 것은 없고, 변하지 않고 정지한 것은 퇴보한다고 여겨지는 고속과 변화의 시대인 요즘 더욱 아쉬운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명화는 영원하다.
/박규형·미디어시티 서울 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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