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돈바람」조짐이 일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돈선거」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후보들마다 법정 선거운동 시작 전에 최대한 합법·편법으로 돈을 써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안간힘이고 이에 편승, 「돈냄새」를 맡으려는 선거 브로커 등 사이비 유권자들도 판을 치고 있다.여야 중앙당은 『돈을 내려 보내달라』는 공천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후원회 등을 동원한 합법적인 「앵벌이」에 나섰거나 나설 예정이어서 경제적으로도 부정적인 파장이 일 것으로 우려된다.
4·13 총선을 40여일 앞둔 현재 각 선거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돈선거」의 주요인은 각종 선거준비 비용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견해다. 서울의 A후보는 『사무실 운영 경비는 기본이고 이에 더해 홍보물 제작, 자원봉사자 활용, 기본조직 구성 등에 후보별로 적게는 1억원 정도, 많게는 이미 수억원이 사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방의 B후보측은 『현역 의원들은 지난해까지 1년에 한번 열까말까 했던 의정보고회를 요즘엔 하루에도 수차례씩 하고 있고, 지난해 말까지 4년 임기동안 만든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의정보고서를 올들어 관내에 뿌리고 있다』며 『이게 모두 선거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 선거준비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C후보측은 『조직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이른바 낙하산 공천 후보들은 선거 조직전문가를 스카우트하는 데만 보통 1인당 수백만원씩을 쓰며, 이미 조직을 갖고 있는 공천자들도 법정 선거운동기간 전 당원교육 의정보고대회 지구당개편대회 등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선거준비 등에만 5억-7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며 여기에 선거기간 에 은밀히 써야 할 「알파」부분까지 합치면 적어도 10억원 이상은 소요될 것같다』고 토로했다.
후보들 못지않게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에도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이미 28일 돈을 받고 표를 몰아주는 일명 「선거브로커」에 대한 특별 단속에 착수했다. 영남의 D후보는 『산악회 친목회 모자회 등 각종 단체의 대표임을 내세워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하루에도 여러 건』이라며 『시민단체 등의 선거법 위반 감시 활동에 대해서도 지방 유권자들은 「그렇게 돈을 안쓰고 어떻게 선거를 치르느냐」며 냉소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법정 선거기간의 선거비용에 대한 법적 규제장치가 상당부분 마련됨에 따라 이제는 법적 감시에서 벗어나 있는 선거준비 비용이 「돈선거」의 주범으로 자리잡는 추세』라며 『16대 총선 이후 법 보완과 함께 유권자 및 후보들의 의식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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