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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정치 바꿔? 유권자부터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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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정치 바꿔? 유권자부터 바꿔!

입력
2000.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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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에 공천을 받은 A씨는 요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향우회 회장」 「○○친목회 총무」등 직함을 내밀며 찬조금을 요구하는 전화가 가끔씩 걸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을 외치며 정계에 들어왔지만 당장 한 표가 아쉬운 마당에 「1,000표, 2,000표」를 장담하는 이같은 유혹을 딱 자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영남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 B씨도 『줄타기하는 심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공천이 곧 당선」인 텃밭 지역구이지만, 벌써부터 선거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지역구 부녀회 온천관광, 경로잔치 등 각종 행사에 이미 들어간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당초 준비했던 선거자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여야의 공천작업이 마무리되고 선거전이 뜨거워지면서 각 후보 사무실마다 유권자들의 노골적인 금품요구와 민원청탁이 쏟아지는 등 어김없이 돈바람이 불고 있다. 새천년에 처음 치러지는 총선이지만, 유권자들의 선거문화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부산지역에 공천을 받은 C씨는 유권자들의 각종 민원청탁에 시달리는 바람에 사무실 나가기가 겁날 정도이다. 그는 『표를 생각하면 당장 거절할 수 없어 일단 접수는 받고 있지만, 민사소송에 압력을 넣어달라는 등 터무니 없는 민원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지역의 중견정치인 D씨도 지역구 사정이 비교적 좋은 편이라 선거브로커들이 함부로 접근하지는 않지만, 지역내 친목모임의 경비를 부탁하는 등 손을 벌리는 유권자들 때문에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D씨의 보좌관은 『정치적 소신에 따라 일체 금품제공을 하고 있지 않지만, 상대후보가 마구잡이로 돈을 뿌리고 있다는 정보가 있어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에 집중 배치된 정치신인들의 경우 선거브로커들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E씨는 『듣도보도 못한 사람이 찾아와 돈을 요구하길래 거절했더니 다음날부터 이 사람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면서 『평소 정치평론가 뺨치게 정치인들을 욕하던 유권자들이 정작 선거때가 되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용호(金容浩)한림대교수는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정치참여가 단절됐다가 선거때만 숨통이 트이는 정치제도상 유권자들의 갑작스런 의식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정치교육의 제도화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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