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시장에 대한 세계적 인터넷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말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이 1억달러(한화 1,130억원) 투자계획을 밝힌 데 이어 29일 방한한 야후 설립자 제리 양이 야후코리아를 통해 6,000만달러(680억원)를 국내 인터넷 업체에 투자하겠다고 나섰다.세계 인터넷 업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제리 양이 내놓은 투자 방법은 한국내 자회사인 야후코리아를 통한 전략적 제휴와 M&A. 『기존 인터넷 기업 가운데 야후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기술이나 콘텐츠를 보유한 곳을 찾아 비즈니스 파트너로 키운다』는 것이 제리 양의 기본 전략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 거액을 들여 M&A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야후코리아의 입장이다.
반면 「황제」 손정의 사장은 국내에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기존 기업은 물론 가능성 있는 신규기업을 발굴, 20~30%의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로 참여해 「과실」을 거두는 직접 투자방식을 택했다. 제리 양이 『파트너 관계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이익 분배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벤처캐피털과는 다르다』며 분명한 선을 그은 것과는 대비되는 점이다.
투자 대상기업도 제리 양이 『야후가 디지털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는데 필요한 기업』으로 한정한 데 비해 손사장은 『가능성 있는 인터넷 벤처기업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100개를 골라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보제공, 전자상거래는 물론 금융업에도 손을 대고 있는 손사장의 성향과 달리 「인터넷 1세대」인 제리 양은 디지털미디어 기업에 필요한 미디어(뉴스 스포츠 날씨정보 등) 통신(채팅 E-메일 메시징 등) 전자상거래(쇼핑, 경매 등) 세 분야의 투자에만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발굴방식도 다르다. 손사장은 방한 기자회견에서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는 기업으로 갓 창업한 회사나 상장 직전의 회사에 주로 투자할 것』이라며 『아직 창업하지 않은 회사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투자대상 기업을 인큐베이팅 단계의 회사, 창업 초기 단계의 회사, 공개 직전의 성장단계 회사 등 세가지로 나눠 각각의 투자비율을 20%, 40%, 40%로 정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세웠다. 반면 제리 양은 경쟁력있는 기존 기업 몇십개의 리스트를 만들고, 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나 M&A 의견을 타진하는 조심스러운 접근방법을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와 야후의 투자가 본격화하면 이들 거물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인터넷 기업들의 짝짓기와 차별화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연기자 kubrick@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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