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사회의 특정고 인맥 형성을 강하게 질책하고 나섰다. 질책의 농도도 예사롭지 않았다. 「심각한 문제」 「용서할 수 없는 일」 「말이 안되는 일」 등 높은 수위의 표현이 나왔다. 한 국무위원은 『오갈이 들 정도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김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후 특정고가 구체적으로 어느 고교이며 실제 어떤 인맥 형성 움직임이 있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김대통령은 『호남의 일부 고교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런 언급으로 미뤄보면 세칭 호남의 일류 고교인 광주고 광주일고 전주고 목포고가 특정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장관이나 장관급을 놓고 보면 특정고 인맥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광주고 출신은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장관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이고 광주일고는 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 전주고는 진 념(陳 稔)기획예산처장관, 목포고는 김성훈(金成勳)농림장관 등으로 집중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관보다는 그 아래인 차관이나 은행장, 각 부처 국장급 자리를 놓고 고교 중심의 인사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한 지적으로 해석된다. 실제 각 부처의 국장급 인사를 둘러싸고 뒷말들이 적지 않았다. 고교간 경쟁양상도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이 여러 경로를 통해 인사잡음을 보고받고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이다.
김대통령의 질책이 있은 후 청와대는 특정고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우선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신광옥(辛光玉)민정수석과 이만의(李萬儀)공직기강비서관이 모두 광주일고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 이비서관과 정무수석실 정영식(丁榮植)행정비서관의 자리를 맞바꾸도록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주변에서는 『특정고가 광주일고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해석을 부인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광주일고가 문제된 게 아니라 조그만 오해도 없앤다는 차원에서 이비서관의 자리를 이동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대통령은 고교 중심의 파벌형성을 포괄적으로 비판한 것이지, 어느 한 고교만을 문제삼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기 위한 경계의 말』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김대통령의 특정고 발언으로 공직사회에서 고개를 들던 고교 중심의 인맥형성 움직임이 일단 자제될지 주목된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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