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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가련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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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가련은 그만"

입력
2000.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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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같은 여자 탤런트 '김지수'그녀는 바람보다 먼저 눕는 연약한 풀잎이었다. 여리디 여린 외모, 그리고 쏟아내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온통 그렇다. 김지수(28), 가녀린 목과 다소곳한 눈망울에서 늘 짙푸른 청순함이 풍겨나지만, 가슴 속엔 질기고 강한 생명력이 자리하는 여자다.

이제 연기 생활 10년 만에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려는 강한 풀잎이 되고자 한다. MBC 드라마 「진실」 후속으로 2일 첫 방송되는 수·목 미니시리즈 「나쁜 친구들」 (김지수 극본, 장용우 연출)에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한 순간에 모든 걸 걸고 천방지축 날뛰는 선머슴 같은 여성으로 나온다. 엄청난 변화다. 최근 과로로 쓰러졌으면서도 「나쁜 친구들」에서 남자 주인공 안재욱에게 적극 구애를 펼치는 이상은 역을 너무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남의 인생을 살아가는 연기자들에게 변신하는 것 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그것도 10년 동안 자신을 가두었던 청순가련형이라는 성채(城砦)에서 빠져 나오게 됐으니.

1994년 그녀는 울었다. MBC 인기드라마 「종합병원」에서 착한 의사를 사랑하면서도 늘 조건이 좋은 여자에게 밀려 혼자만의 사랑을 한 간호사를 연기하면서. 그리고 3년 뒤 그녀를 보며 시청자들이 울었다. 1997년 KBS 미니시리즈 「그대 나를 부를 때」. 범죄자인 오빠를 체포하는 형사와 사랑에 빠지는 청각 장애인 처녀가 너무 애절해서. 지난해 최고의 인기 드라마가 됐던 MBC 일일연속극 「보고 또 보고」에서도 사랑을 위해 자살까지 시도하는 여자였다. 이처럼 사랑조차 표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는 여자는 김지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하지만 그녀의 실제와 성격은 그동안의 캐릭터, 이미지와 정반대다. 알고보면 강하고 독한 여자다. 지난해 10월 중순 SBS 일요 드라마 「달콤한 신부」 촬영장에서 만난 김지수는 NG가 나지 않았는데도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PD에게 자청해 6번이나 똑같은 연기를 반복했다. 청각장애인 역을 할 때 수화를 배우기 위해 며칠을 날새우며 수화 교실에 참가해 웬만한 수화 대화를 한 뒤 연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또 보고」 의 종영 파티에서 그녀는 후회없이 연기를 했노라며 소주를 나발 불기도 했다. 그녀의 독기는 「나쁜 친구들」에서도 발산된다. 생기발랄한 역을 소화해 내기 위해 10년 동안 길게 기른 생머리를 단발머리로 자를 예정이라고 했다. 그녀 역시 다른 여자처럼 헤어 스타일 변화에 망설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종 연기자임에 틀림없다. 자르는 순간 전혀 후회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면.

김지수는 캐릭터에서 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변신을 꾀했다. 29일 그녀는 스물여덟 늦은 나이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경희대 연극영화학과 새내기 김지수, 그녀는 새롭게 도전하는 공부도 휴학 않고 열심히 할 작정이라고 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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