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가 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다. 앞서 3일부터 정치협상회의(政協) 3차회의도 열린다.매년 열리는 양대 회의는 중국의 국정전반을 논의하는 중요한 정치행사로 정부의 국정보고, 정부기구인사, 예산비준 등 현안들이 다뤄진다.
특히 21세기를 맞아 처음 열리는 이번 양대 회의에서는 정치개혁, 개혁개방의 추진방향, 동·서부의 빈부격차, 대만과의 통일문제 등 중국의 미래과제가 모두 검토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들을 앞두고 중국의 앞날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21세기의 기회와 도전을 앞에 두고 중국 대장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정치개혁문제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의 현 3세대 영도체제는 외견상 안정돼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옷을 벗은 공산당 중심의 국가체제는 곳곳에서 모순이 돌출돼 최고권부 중난하이(中南海)를 당황하게 하고 관료들의 부정부패는 이미 골수까지 스며들었다.
최근 들어 중국 언론의 머릿기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당·정간부의 학습을 강화하고 정치의식을 높이며 기강을 세워 당의 단결을 도모하자는 삼강(三講:講學習, 講政治, 講正氣)교육이다.
한계에 부딪힌 중국식 사회주의에 대한 발상전환운동이다. 또 부패추방과 관련해서 당의 기풍을 바로잡고 정치를 정화하자는 당풍염정(黨風廉政)도 화두다.
중국의 민주화는 의식에서 보다 경제기반에서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정치현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구르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형국이다. 밑으로부터의 정치개혁 압력은 거세다. 인터넷 보급으로 정보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공산당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정치의 틀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정치개혁의 조심스런 실험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국민은 아직 갈증을 느낀다.
촌민자치위원회 제도가 민주화의 터전으로 자리잡았다. 이로인해 당 지도부와 촌민사이에 긴장관계가 표출되면서 치자와 피치자의 관계가 공복과 주인의 관계로 변모되고 있다. 법치제도 정착도 가속도가 붙었다. 모든 행정이 인치에서 법치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은 1998년 공개재판을 선보인 이래 지난해 법치국가 건설을 헌법에 명문화했다. 인민대표대회 역시 당의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 고무도장 거수기라는 비판을 벗어나 의회민주주의의 맹아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인민대표대회나 촌민자치위원회가 강화되는 것은 개혁개방 20여년 동안 확대된 시민들의 자주권에다 개체호나 사영기업체가 3,000만개를 넘어선 오늘의 경제현실을 감안하면 필연적인 경향이다.
중국 혁명 이래 가장 큰 부패사건이라는 샤먼(廈門)밀수사건 등 부정부패와 관련, 숙청된 지도자와 간부는 지난해 말까지 7,000여명이나 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이래 전국 성·시 성장과 당서기급 중 70%를 교체했고 올해 2월들어 다시 17개 성장을 바꿨다.
21세기를 「중국의 세기」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의 중국이 정치개혁이라는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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