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공천, 심증은 있되 물증이 없다』 요즘 각당 공천사례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여당이야 굳이 공천자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아도 될 만큼의 자금력이 있을 터이지만 문제는 야당이다. 예나 지금이나 야당 사정은 여의치 않다. 대통령이 야당에 정치자금 갖다주는 기업인에게 불이익 줄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어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특히 총선이 임박해 야당을 지원할 만큼 배포 큰 기업이나 기업인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정치자금의 여당 독식을 그렇게 비난했던 민주당이 집권후부터는 「독식」을 당연시 한다. 독식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모금액수마저 쉬쉬한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중앙당(당시는 국민회의)후원회에서는 154억원을 모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27일 민주당 창당에 즈음해서 열린 후원회의 모금액수는 철저히 함구한다. 선거철에 임박한 시점등을 감안하면 154억에 + 는 틀림없을 듯 싶다. 반면에 지난해 11월25일 한나라당 후원회가 기를 쓰고 모금한 결과는 20억원 이었다니, 염량세태를 알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돈공천이 양해될 수는 없는 일이다. 공천파동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이 일부 영남지역에서 상당수 재력있는 인사를 기용한 것이나, 자고나면 공천자가 뒤바뀐 자민련의 모습은 정상적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개혁공천이라면서 재력가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여론조사에서 열세라고 제외했던 인사를 다시 공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상되는 금권선거에 맞불놓기 위해서? 아니면 오너 명예총재에게 들이대는 비수가 두려워서?
■그러나 적어도 여당만큼은 「돈공천」을 시비할 입장이 못된다. 야당이 재력가를 공천하지 않을 수 없고, 지도부가 약점 잡히지 않을 수 없는 원인은 따지고 보면 정치자금의 여당독식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어느 일방의 독식이 계속되는 한 돈공천은 필요악일 수 있다. 손발 다 묶어놓은 채 공정경쟁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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