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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현재속에서 태어나고 있다

입력
2000.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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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언제나 이미 시작된 것이다』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이 말처럼, 미래는 늘 현재 속에서 태어나고 있다. 미래가 이미 시작됐다면 과연 그 미래는 어떤 형태와 내용으로 인간과 세계를 규정해갈 것인가. 누가 그 미래의 싹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한백연구재단(소장 공성진 한양대교수)이 기획하고 해냄출판사가 펴내는 「시작된 미래」 시리즈는 이 질문에 대한 세계적 싱크탱크의 해답과 예측을 모았다. UN대학의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각 분야 세계적 석학과 한국의 연구진이 참여해 21세기 인류의 미래를 제시한다. 정치경제, 사회문화, 과학기술, 환경, 교육, 성 등 각 분야 핵심 사안들이 주제별로 모두 10권의 책에 담기게 된다.

피터 드러커, 국제생태경제학회장 로버트 코스탄자, 미국 피츠버그대 사회학교수 롤랜드 로버트슨 등과 공성진, 정재서(이화여대), 강수돌(고려대) 교수 등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했다. 「진정한 코스포폴리탄을 위한 지침서」를 목표로 주제별로 10여명 안팎의 필진이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아우르는, 간명하면서도 핵심을 파고드는 글맛을 보여주고 있다.

첫 권 「미래의 디지털 시나리오」는 21세기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쟁점들을 포괄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이 도대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고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가 논의된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인간의 삶에 대한 낙관과 비관의 전망을 함께 불러왔다. 로버트 코스탄자는 이러한 두 가지 세계관에 기초해 흥미있는 네 종류의 미래전망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는 스타트렉(Star Trek) 시나리오.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미래에 장밋빛 전망을 준다, 2050년에 자동차에 의한 대기오염은 끝나고 세계 인구의 10분의 1이 우주 식민지에서 거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매드 맥스(Mad Max) 시나리오다. 기술낙관론은 구현되지 않는다, 석유 생산 저하에 대한 대안은 없으며 2016년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2025년 에볼라 바이러스로 전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사망한다는 암울한 전망이다(표 참조).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미래를 스타트렉이든 매드맥스이든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필자는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지속 가능한 사회상의 공유」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테크놀로지를 수용하는 우리의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두번째 권 「다시 그리는 세계지도」는 지구화의 문제를 다룬다. 폴 발레리의 말처럼 『앞으로는 세계 전체가 개입하지 않는 사건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오해와 편견, 그리고 환상 속에 진행되고 있는 지구화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며, 한국사회와 한국인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경제편향 시각을 벗어나 정치·사회·문화·환경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논의된다. 공성진 교수는 여기서 지구화의 세 가지 조건을 요약하고 있다.

첫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확산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명실상부한 세계 단일 커뮤니케이션망이 실현된다, 둘째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된다, 셋째 19세기적인 코스모폴리타니즘이나 노동자계급 국제주의와는 다른 「우주선 지구호」라는 인류공동체의식이 탄생된다. 공교수는 『정보화와 함께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을 뒤덮었던 지구화의 경향은 21세기에도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초국적 거대기업의 경영진이나 자본가들, 신흥 네트워크 사업자들이나 과학기술자, 그리고 지구적 규모의 NGO들 중 어느 하나가 지구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지구화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간들의 의지와 다양한 실천들에 맡겨져 있는, 끝이 열려있는 미결정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체적 전략과 비전이 지구화의 대응에 필요한 이유이다.

피터 드러커는 「지구 경제와 국민국가」란 글에서 지구경제의 공황 위험과 강대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 통제에 따른 불안 속에서 지구경제 전반을 관할하는 합리적·도덕적 원칙과 이를 관장할 초국적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시리즈는 앞으로 가상공간 속의 인간의 삶 동서문명의 융합과 아시아적 가치의 가능성 21세기형 인간형은 무엇인가 인간과 자연의 공생 차별없는 사회로 가는 길 등의 주제를 다루며 계속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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